"엄마, 엄마는 달리기 못 하지?"
네 살 지호가 처음으로 내 몸에 대해 물어본 날이었다.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옆에서 한 아이가 엄마와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지호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두 살 때부터 휠체어를 타는 엄마를 봤고, 함께 살게 된 뒤로는 늘 절뚝거리며 걷는 엄마를 봐 왔다. 하지만 내 몸에 대해 먼저 물어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지호에게 '우리 엄마는 다른 엄마야.'라는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 문득 지호가 좋아하던 그림바카라 한 권이 떠올랐다.
『슈퍼거북』.
슈퍼토끼와 거북이가 다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토끼가 거북이에게 지고, 달리기라는 말만 나와도 창피해하던 토끼와 이웃들은 결국 거북이를 '슈퍼거북'이라고 부르게 되는 그런 이야기바카라.
나는 지호에게 말했다.
"엄마도 엄청 느리게 달릴 수는 있어."
그날 우리는 놀이터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다.
지호는 슈퍼토끼처럼 힘껏 달렸고, 나는 있는 힘껏 천천히 달렸다. 아니, 걸었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지호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엄마! 내가 이겼다!"
나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역시 우리 슈퍼토끼 최고네."
그 뒤로도 지호는 종종 나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했다.
나는 늘 보란 듯이 져주었고, 결승선에 먼저 들어온 지호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한동안 지호는 나를 거북이라고 놀렸다.
이상하게도 그 놀림이 참 좋았다.
나를 불쌍하게 보는 대신, 함께 웃으며 놀 수 있는 엄마로 대해주는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도 지호는 내 다리를 '아픈 다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쪽 다리가 약한 다리지?"
"운동 많이 하면 엄마도 세질 수 있어."
아이의 말은 언제나 단순했다.
그 단순한 말 덕분에 나도 내 몸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오늘의 회복노트
그 뒤로도 우리는 종종 달리기 시합을 했다.
지호는 언제나 먼저 도착했고,
나는 언제나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둘 다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