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도 피곤한 사람이었다.
열 살 때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은 뒤로 만성피로를 달고 살았다.
뇌출혈 이후에는 더 심했다.
뇌가 손상된 데다 몸까지 회복해야 했으니 늘 졸렸고, 늘 지쳐 있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그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자?운동을 해야지"
"너무 게으른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다.
나도 안 졸리고 싶었다.
나도 하루 종일 쌩쌩하게 재활하고 싶었다.
그래서 잠을 깨려고 포도당 사탕을 달고 살았다.
졸릴 때마다 하나씩 먹었다.
당이 올라가면 잠깐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금세 다시 졸렸고,
포도당을 계속 먹다 보니 살만 찌고 몸은 더 무거워졌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뇌를 회복시키려고 하면서,
정작 뇌는 쉬게 하지 않고 있네?'
그 무렵 나는 영화 루시를 자주 떠올렸다.
초능력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 내심 기대도 했다^^)
내 뇌가 조금이라도 더 잘 작동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나만의 '수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가장 먼저 바꾼 건 잠이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처럼 밤 10시, 11시쯤 잠들었다.
하지만 병실 소등 시간인 밤 9시가 되면
더 이상 버티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몸이 먼저 달라졌다.
놀랍게도 기분이 먼저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 덜 힘들었고,
포도당 사탕을 찾는 횟수도 줄었다.
무엇보다 치료실에서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에는 버티기 위해 재활을 했다면,
그때부터는 집중해서 재활을 할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하나를 깨달았다.
잠은 운동을 못 하는 시간이 아니라,
뇌가 회복하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그 뒤부터 잠은 내 재활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9시취침에 집착했고,
일찍자니까 저절로 일찍깨졌다
그렇게 9년째
9시취침&5시기상을 한다
오늘의 회복노트
예전의 나는 잠을 줄여서 재활 시간을 늘리려고 했다.
지금의 나는 좋은 잠도 재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내게 잠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날 더 잘 배우기 위한 준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