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내 몸은 점점 이상해졌다.
그 중 가장 신기했던 건 복시였다. 물건이 겹쳐 보이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데 가끔은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착시 때문인지 앞에 있는 물건 뒤에 가려져 있어야 할 다른 물건이 보였다.
물론 실제로 보이는 건 아니었다.
내 뇌가 그렇게 착각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내 눈이 왜 이러지?'
'내 뇌가 잘못된 건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게 초능력이면 어떡하지?'
그때 한창 영화 **루시(Lucy)**가 떠올랐다.
뇌를 100% 사용하게 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는 이야기. 잠들기 전이면 혼자 그런 상상을 했다.
'내 뇌가 다시 연결되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닐까.'
'언젠가는 남들이 못 보는 걸 보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참 엉뚱한 상상이다.
당연히 나는 초능력자가 되지 않았다.
복시는 복시였고, 착시는 착시였다.
하지만 그 상상은 이상하게도 나를 위로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라는 생각 대신,
'내 몸은 지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현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조금 달라졌다.
어쩌면 내가 꿈꿨던 초능력은 남들처럼 되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능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초능력자는 되지 못했지만, 내 몸과 화해하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오늘의 회복노트
현실은 상상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을 버틸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내게 상상은 도피가 아니라,
내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재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