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넓히는 수평증축은 왜 단지 전체의 사업성을 살리지 못하는가
1972년 도쿄 긴자에 완공된 나카긴 캡슐타워는 주거공간을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미래형 건축물이었다. 콘크리트 코어에 140개의 캡슐을 결합하고, 낡은 캡슐만 떼어내 새것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50년 동안 캡슐이 한 번도 교체되지 못했고, 건물은 2022년 해체됐다.
교체 가능한 건축이라는 개념은 혁신적이었지만, 구조적 연결 방식과 유지관리 비용, 다수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변화를 막았다. 바꿀 수 있다는 설계와 실제로 바뀔 수 있는 사업구조는 다른 문제였다.
지금 한국의 아파트 리모델링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난다. 거실을 넓히고 주차장을 확장할 수는 있지만, 기존 골조를 남기는 순간 변화의 범위도 함께 고정된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깊은 원인은 공사기간이 아니라 수평증축이라는 방식 자체의 한계에 있다.
주택법상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대수선하거나 증축하는 행위이다. 증축형 리모델링은 일반적으로 사용승인 후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어 재건축보다 일찍 시작할 수 있다.
현행 주택법 제2조 제25호는 세대별 주거전용면적을 원칙적으로 30% 이내, 전용면적 85㎡ 미만 주택은 40% 이내에서 증축할 수 있도록 한다. 증축 가능 면적의 합계 안에서 기존 세대수의 15%까지 세대를 늘릴 수 있으며, 일정한 구조와 안전 요건을 갖추면 수직증축도 허용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법
2026년 8월 기준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규모는 조합 기준 152개 단지, 약 12만1700채로 집계됐다. 2021년 54개 단지, 약 4만 채와 비교하면 세대수 기준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포함하면 약 250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동아일보
성남 분당 느티마을 4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전용면적 66㎡를 84㎡로 늘리고, 주차대수를 601대에서 1966대로 확충할 예정이다. 기존 1006채는 별동과 수직증축을 통해 1149채로 늘어난다. 반면 기존 골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단지 배치, 층고, 기둥과 내력벽의 위치, 채광면의 구성은 완전히 새로 설계할 수 없다.
리모델링은 법적으로 면적을 늘릴 수 있는 사업이지만, 물리적으로는 과거의 구조 안에서 현재의 생활을 다시 배치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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