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그파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가져야 충분해지는가
기원전 3세기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욕망을 자연적이고 필요한 욕망, 자연적이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욕망, 끝이 없는 헛된 욕망으로 구분했다. 배고픔을 해결하고 몸을 보호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욕망에는 충족의 지점이 있지만, 부와 명예와 지위를 향한 욕망에는 스스로 멈추는 기준이 없다고 보았다.
필리핀 마닐라 톤도의 빈민가 해피랜드에서는 이 오래된 질문이 한 끼의 식사로 다시 나타난다. 패스트푸드점과 식당에서 버려진 치킨과 고기 조각이 쓰레기봉투에서 골라지고, 여러 번 씻긴 뒤 다시 기름에 튀겨진다. 마늘과 간장, 케첩과 각종 양념이 더해지면 누군가가 버린 음식은 가난한 가족의 저녁이 된다.
그 음식의 이름은 파그파그다. 한쪽에서는 먹고 남긴 것을 버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다시 주워 먹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정작 더 많이 가진 쪽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더 있어야 충분해지는 것일까.
파그파그는 타갈로그어로 먼지나 이물질을 털어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주로 패스트푸드점과 식당이 버린 음식 가운데 먹을 수 있어 보이는 부분을 수거해 세척하고 다시 조리한 음식이다. 2008년 로이터는 마닐라 톤도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 속 음식물을 찾아 가족의 식량이나 판매용 음식으로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수거된 음식은 그대로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남아 있는 비닐과 종이, 뼈와 이물질을 골라낸 뒤 물에 씻고 다시 튀기거나 끓인다. 상한 냄새를 줄이고 맛을 내기 위해 마늘, 간장, 고추, 케첩 같은 강한 양념을 넣기도 한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은 쌀과 함께 소량으로 판매된다.
첨부 영상에 등장하는 해피랜드의 한 가게에서는 파그파그 한 봉지가 약 30페소에 팔린다. 하루 약 250명의 주민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설탕과 식용유도 한 숟가락 단위로 나누어 팔리고, 주민들은 폐지와 플라스틱, 전선에서 추출한 구리 등을 분류해 생계를 이어간다.
파그파그는 단순히 값싼 음식이 아니다. 정상적인 식품을 선택할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구매 가능한 가격에 맞춰 만들어진 비공식 식품시장이다. 세척과 재가열을 거치더라도 오염과 부패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영양 불균형과 식중독 위험도 존재한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도 전체 인구의 9.7%인 약 1,108만 명이 기본적인 식품과 비식품 수요를 충족할 소득이 부족한 빈곤 상태에 있었다. 국가 전체의 빈곤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파그파그는 통계의 평균이 설명하지 못하는 도시 빈곤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파그파그를 먹는 사람들의 삶은 음식의 출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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