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같은 만남

by김곤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내가 너희를 만나 주겠다.”

(예레 29,14)


몇 년 전, 장어탕을 드시고 싶다는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여수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음식 맛에 장모님은 조금 실망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1세대 어르신들이 많이 떠나셔서 이제는 그 정성스러운 손맛을 접하기 어려워진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 식당들을 둘러보아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간판들 아래 조그맣게 적힌 ‘OO점’이라는 글씨들.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자신의 손맛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은 점점 드물어지는 듯합니다.


점점 즉석과 초간편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음식만 그런 것일까요.

문득 사람과의 관계도 닮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지인 가운데는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는 사람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랬습니다.

“연락할게.”

가뭄에 콩 나듯 걸려오는 전화는 늘 그렇게 끝이 납니다.

마치 사이다와 인스턴트 음식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요즘은 목적을 위한 만남이 참 많아진 듯합니다.

그냥 이유 없이, 마음 편히 만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유 없이 메마른 마음들.

마치 가느다랗게 입을 벌린 채 비를 기다리는 뜨거운 대지처럼 말입니다.


김치도 잘 익어야 깊은 맛이 납니다.

말도 그렇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간을 견디며 익어가는 관계.

나이와 성별, 직업과 경제력을 넘어 그 사람 자체로 만날 수 있는 관계.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목적과 평판 사이에서 사람을 만날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아무 생각 없이 만나도 편안한 사람,

함께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문득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묻어 있던 한쪽 가슴의 작은 손수건처럼.

정성스럽고 따뜻했던 그 마음처럼.

주님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필요할 때만 찾는 사이다 같은 믿음이 아니라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손수건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주님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ps: 이번 묵상의 글에 방점을 찍은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격의 눈물이 북받쳐 올라옵니다. 고개를 숙이고 ‘주님,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이 묵상의 글을 마칠 수 있어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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