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아니야

by스크류

퇴사 다음 날, 정훈은 호치민행 비행기 표를 샀다. 목적은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간다'는 느낌이 없었다. 돌아갈 자리가 사라진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곳엔 가족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특례 기간 1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정훈은 호치민으로 돌아가야 했다. 문제는 비자였다. 세광전자 주재원 자격은 박탈되었으니, 정훈이 베트남에 체류하려면 새로운 비자가 필요했다.

정훈은 한국에서 열흘간 발을 동동 구르며 방법을 찾았다. 해외 취업 사이트, 주재원 커뮤니티, 지인 네트워크 등 자존심이 상해서 연락하지 않았던 번호까지 하나씩 다시 눌렀다. 통화가 연결될 때마다, 정훈은 그 자존심또한 사치였다는 것을 알았다. "정훈이냐? 오랜만이다." 반가운 목소리 뒤에는 어김없이 "그런데 무슨 일로?"가 붙었다. 사정을 말하기까지가 매번 긴 침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기회를 찾았다.

세광전자 호치민 법인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계 2차 협력 업체였다. 호치민에 소규모 사무소를 두고 있는 그 회사에서 품질관리 담당자를 구하고 있었다. 정훈의 경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자리였다. 사장이 세광전자 출신을 원한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정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면접은 전화로 진행되었다.

"조정훈 씨, 경력이 세광전자에서 15년이시네요. 왜 갑자기 퇴사하셨습니까?"

"개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호치민에 있어서,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현지 취업을 결정했습니다."

사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마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세광전자 호치민 법인에서 주재원 한 명이 세관 건으로 감봉받고 사직했다는 이야기. 좁은 교민 슬롯에서 그런 이야기는 한 달이면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사장은 더 묻지 않았다.

"우리도 사람이 없는지라, 더 이상 묻진 않겠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출근 가능하십니까?"

"가능합니다."

정훈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묻지 않는다'는 것이 '모른다'는 뜻이 아님을, 정훈은 알고 있었다. 아는 채로 받아준 것이었다. 그 사실이 고마웠고, 동시에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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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입니다. 어쩌면 당신 옆의 누군가일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게임생활 마인드셋과 자신의 브랜딩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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