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쓰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고민보다 버티는 시간이 더 길었다. 버티는 것도 결정의 일부였다. 그리고 버티는것 마저 그의 자존심의 문제였다. 어머니의 검사 결과는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만성 위염과 초기 당뇨.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수술이 필요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사흘 뒤 퇴원했다. 정훈은 어머니 집에서 이틀을 더 머물며 식사를 챙겼다.
"정훈아."
퇴원 둘째 날 저녁, 은숙이 밥상 앞에서 불쑥 물었다.
"너, 뭐 일 있지."
정훈은 밥술을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정훈의 눈을 보고 있었다. 평생 두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눈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눈이었다. 정훈은 다시 그 눈 앞에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회사 일이 좀 있어요. 정리하고 있어요."
정훈은 '정리'라는 단어를 골랐다. 어머니 앞에서 '그만둔다'는 단어를 직접 발음할 자신이 아직 없었다.
"어떤 정리야?"
"…퇴사요."
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밥그릇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태훈이 때문이야?"
정훈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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