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한국의 11월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호치민의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익숙해진 몸이 한순간 움츠러들었다. 정훈은 얇은 재킷 지퍼를 올리며 공항 밖으로 나섰다. 아무도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다. 호치민에서는 흐엉이 늘 문을 열어주었지만, 여기서는 직접 택시를 잡아야 했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택시 승강장에 줄을 섰다. 정훈은 본사로 바로 가지 않았다. 공항에서 곧장 서울 북쪽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이었다. 병원 로비에서 면회증을 받고 8층 내과 병동으로 올라갔다. 4인실이었다. 커튼으로 나뉜 작은 공간들. 창가 쪽 침대에 어머니 은숙이 누워 있었다. 수액을 맞고 있었고, 침대 옆에 읽다만 바카라 한권이 놓여 있었다.
"엄마."
은숙이 고개를 돌렸다. 아들을 보자 미소가 번졌지만, 그 미소에 힘이 덜 들어 있었다.
"왔어?"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아침에 수찬이 엄마가 와서 죽 먹여주고 갔어. 너 올 줄 알고 점심은 안 먹었어."
정훈은 어머니 옆 의자에 앉았다.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호치민에서 떠나온 뒤 처음 잡는 누군가의 손이었다. 작고, 마르고, 약간 차가웠다. 손등에 주삿바늘 자국이 몇 개 있었다.
"검사 결과는?"
"내일 최종 상담이래. 의사 선생님이 '큰 건 아닌 쪽이 유력하다'고는 하셨어. 다만 한 번 더 확실히 보자고. 내가 60 넘어서 내 몸뚱이 여기저기 하나씩 배신하기 시작하는 모양이야."
어머니는 웃었다. 정훈은 웃지 못했다. '배신'이라는 단어가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것이, 정훈에게는 가장 아픈 문장이었다. 어머니는 자기 몸을 배신자라고 불렀다. 자기 아들을 배신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정훈은 항상 믿어주던 어머니를 배신한 것 같은 미안함에 휩싸였다.
"엄마.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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