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은 아이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강제 귀국 통보를 받은 뒤에도, 민재와 민서 앞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아침에 웃으며 인사했고, 저녁에는 민서의 학교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민재가 조용히 방에 있을 때면 문을 노크하고 "잘 자"라고 말했다. "잘 자"라는 말이, 그날 밤 정훈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할머니가 다음 주에 검사가 있어서 입원하셔. 아빠가 같이 가드리려고 한국 먼저 간다."
민서의 눈이 커졌다. "할머니 아프셔?" 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픈 건 아니고, 검사하는 거야. 한 번 더 보자고 하시는 거." 민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날 밤 민재는 방문을 조금 열어놓고 자기 전, 거실을 향해 작은 소리로 "아빠, 할머니한테 꽃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정훈은 침대 위에서 그 문장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어리다고 생각한 아이가 '꽃'을 말했다. 어른들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꽃 같은 단어를 먼저 잃어버린다. 아이들은 아직 그 단어를 가지고 있었다. 정훈은 그 단어를 잃어버린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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