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정훈에게 통보가 내려왔다.
'주재원 자격 박탈. 파견국 체류 자격 변경 불가. 2주 내 귀국 조치. 본사 복귀 후 인사위원회 회부.'
박 상무가 정훈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직접 통보했다. 두 사람 사이에 서류가 놓여 있었다. 박 상무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있었지만, 말투는 공적이었다. 지난번 정훈을 '정훈아'라고 불렀던 그가, 오늘은 '조 과장'이라고 불렀다.
"조 과장, 출국 기한은 2주야. 가족은 별도로 처리할 수 있어. 배우자 비자는 별개니까, 아이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체류는 가능해. 하지만 당신은 2주 내에 귀국해야 해."
"상무님, 아이들 특례 기간이 아직 1년 남았습니다."
"알아. 하지만 그건 회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개인 판단이야."
정훈은 서류를 바라보았다. 인사 조치 통보서. 자신의 이름이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적혀 있었다. 조정훈. Cho Junghoon. 그 이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특례를 위해 이 나라에 온 그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지금, 강제 귀국 서류에 찍혀 있었다.
"회사에서 법적 지원은 없습니까?"
"본사 법무팀이 베트남 당국과 협의 중이야. 너 개인에 대한 형사 절차는 서면 조사로 대체하는 조건으로, 2주 내 귀국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귀국이 늦어지면 그 협의가 깨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베트남 체류 중에 직접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출국 금지까지 갈 수 있어."
정훈은 숨이 턱 막혔다. 출국 금지. 그 단어가 바로 피부에 와닿았다.
"현재로서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야. 귀국 후 인사 조치는 별건이고. 이건 개인의 판단 착오로 분류됐어. 회사가 지시한 것이 아니니까."
박 상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정훈아, 미안하다. 내가 더 일찍 알았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정훈아'로 돌아온 호칭이 더 아팠다. 공적인 통보가 끝난 뒤에야 돌아오는 인간적인 미안함. 하지만 그 미안함은 결과를 바꿔주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온 정훈의 바카라상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엄마'라고 떴다. 정훈은 복도 끝으로 가서 받았다.
"엄마."
"정훈아. 바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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