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하지만 기다려지는

by오순

추석명절날이다. 그 누구의 수발 들것도 없어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혼자만의 식탁을 차려먹는다. 햇볕이 구름 사이사이로 간간이 비쳐 들어온다. 까치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자동차 소리가 멀리서 들릴 뿐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집안에 있으니 혼자만 사는 세상처럼 적막하다. 바로 옆에 반려묘가 있어도 반려묘도 혼자 나도 혼자 각각 따로따로 고립된 섬에 사는 것 같다.


비가 오려는 것인지 구름이 잔뜩 끼여 흐리다. 혼자 있어 외롭다는 느낌을 분해시켜 흐리무리하게 감싸주듯 회색빛 날씨가 반갑다. 가을 햇살이 들이치며 쨍하게 화사했으면 어쩔 뻔했나.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옥상이 물청소한 듯 빗물에 젖어 흐릿했던 방수페인트의 초록빛이 선명하다. 8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버스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자가용들만이 줄줄이 나래비를 서고 있다.


운전할 수 있고 차가 있다면 어디라도 가서 진하게 차 한잔을 마시며 이 적막함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줄 서서 멈춰있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니 차가 없기 다행이다 싶다.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비슷해서 고즈넉이 즐기려는 마음에 모두들 나와 있어 도로 한복판에서 시간을 때우며 매연만 흡입하다 지쳐 돌아올 것 같다. 우산 쓰고 두 발로 걷는 산바카라이 최고일 듯싶다. 걸어도 좋을 만큼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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