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답이 있는 것일까

by오순

연휴 동안 세상사 다 내려놓고 바카라을 읽으며 지내려고 대출하러 도서관에 갔다. 넉넉하게 세 권의 바카라을 대출해서 그중 부담 없을 것 같은 임마누엘 카레르의 [적]을 읽기 시작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쓴 바카라이라 하지만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사건보고서 같다는 생각과 읽는 것에 대한 무의미함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몇 번이나 바카라장을 덮고 던져놓았다. 가볍게 읽으려다 붙잡혀 와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작가를 믿고 끝까지 글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바카라을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한다.



…… 그의 증언은 내 바카라상 위에 펼쳐진 채로 있었다. 상투적인 가톨릭 신자의 말투를 읽으면서 나는 그가 정말로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위를 결정할 수 없다는> 수학적인 의미에서 정말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극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신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거짓말쟁이가 그에게 연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스도가 그의 마음속에 찾아올 때,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그의 뺨에 눈물을 흘리게 할 때, 그것은 여전히 그를 속이고 있는 적이 아닌가?

이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일은 죄악이나 기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작가는 결론을 짓는다.


<적>이라는 제목은 종교적인 질문을 해결하고자 우연히 읽게 된 성서에서 비롯되었다. 악마를 규정하는 최종적인 의미는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적>은 물론 장클로드 로망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평생 <적>과 대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바카라을 집필하는 동안 나 역시 <적>과 대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종교적이 아닌 심리적 차원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안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라고 엠마뉘엘 카레르 작가는 인터뷰에서 말한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그의 소설 《적(L'Adversaire)》에서 실존 인물인 살인범 장클로드 로망을 “단순히 끔찍한 일을 저지른 가해자가 아니라, 불가해한 어떤 힘(악 혹은 거짓)에 의해 마지막 지점까지 내몰린(이끌려간) 존재”로 표현한다. 로망과 직접 서신을 교환하고 면회하며 재판을 지켜본 저자는, 그가 거대한 악마적 카리스마를 가졌다기보다는 모든 유혈 행위 뒤에도 겁 많고 나약한 면모를 보이는 “두려운 공백, 혹은 무(無)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증언한다. 범죄자를 향한 공포와 연민, 그리고 인간 존재가 어디까지 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가를 추적한다.


검색해 보니 프랑스의 악명 높은 위장 의사이자 일가족 살해범인 장클로드 로망(Jean-Claude Romand)은 1996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최소 22년의 의무 복역 기간을 채운 후 가석방 자격을 얻어, 2019년 6월 26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었다 한다. 석방 후 프랑스 중부에 있는 한 베네딕토회 수도원에 머물게 되었으며, 전자발찌 착용,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 유족 및 피해자 측과의 접촉 금지 등의 엄격한 사법 감시 조건을 부여받아, 현재까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아내와 두 자녀와 친부모 등 친족을 살해한 살인마를 한마디로 판단하려 하니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그래서 판단을 미루고 저자의 판단에 공감하면서도 뭔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생각이 멈춰지지가 않는다. 아니 생각이 연이은 것이 아니라 들쑥날쑥 불쑥불쑥 올라와서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그 범죄자에게 무언가 더 엄중한 처벌을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뿐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기보다는 사건보고서를 읽은 검사나 변호사나 정신과의사 같다. 그 전문가들처럼 무언가 결론을 내고 독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결론이 나지 않아 바카라을 덮지 못하고 있다. 그 사건에 대한 어떤 말이나 글이 또 다른 죄악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그냥 그의 범죄자에 대한 판단을 미지수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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