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비슷한 장면을 여러 장 찍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볍게 삭제하고 다시 찍기를 부담 없이 한다. 핸드폰이나 디지털카메라만 있으면 아무런 부담 없이 편하게 촬영하고 지우거나 보관하거나 출력할 수 있다. 기기에 저장되는 데이터이어서 입출력이 자유로운 것이다. 이전에는 고가의 필름과 제한된 컷 수 때문에 한 컷을 찍어도 손실이 없도록 신중하게 제대로 찍어야 된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다 긴장을 하고 연출해야만 했다.
초창기 흑백사진을 보면 벌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세가 굳어 있다. 나중에 칼라사진이 나와도 상황은 전문가나 공인이 아닌 이상 자세는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경직되어 있다. 그러다가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고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 기능이 이 경직을 많이 풀어냈다. 언제든지 찍고 없애는데 부담 없으니 자주 찍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사진 찍기를 심하게 거부하는 기질이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갑자기 얼음땡 게임이라도 하듯 경직되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슬롯생활을 하며 같이 놀러 가거나 했을 때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 일종의 괴로움이 될 정도였다. 가만 살펴보니 반 이상이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니 나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위로가 되었다. 그들의 불편함을 공감하면서 사진 찍히는 것에 자유로운 사람과 아닌 사람을 비교분석해 보니 그 괴로움에서 쉽게 탈출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꼭 외모에 자신이 넘쳐서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진을 찍어보면 사진 속에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사진 속의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배신이라도 한 듯 바보 같아 보이고 허깨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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