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쓸모가 있을지도

by오순


땀이 난다. 진득하게 흐르는 땀 때문에 짜증이 올라온다. 운동 후에 샤워하지 않은 것처럼 피부가 흐른 땀으로 찐득하다. 날씨가 진짜 더운 것인가 아니면 나오는 길에 쓰레기 버리고 오느라 신경을 써서 더 덥고 땀이 더 나는 것인가. 그까짓 쓰레기 좀 버렸다고 이렇게 덥다니 이해할 수가 없네. 습도가 높은 것인가 왜 이리 더 덥고 후덥지근한 것이지? 핸드폰을 열어 날씨를 검색하니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기온이 높다고 나온다. 습도는 어제보다 낮지만 그래도 습도까지 꽤 있어서 후덥지근했나 보다. 한여름의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지나가고 이젠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요즘이라 예상하지 못한 더위가 다가오니 한여름 더위보다 참아내기가 더 힘들다.


아침저녁으로 실내자전거 타기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땀구멍이 발달해서 땀이 진득하고 많아진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역시 몸은 실제상황에 정확히 반응하는 것 같다. 요즘 나에게 스쳐가는 생각과 추측은 그냥 근거 없는 추론일 뿐 대부분 넘겨 짓기의 헛짓거리일 경우가 많다. 검색하거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이런 망상들에서 빨리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너무 더워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고 부채를 꺼내 한참이나 부채질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부채가 10년도 더 된 것이지 싶다. 가방 한구석 무관심 속에서 뒹구느라 혹은 간혹 꺼내 사용하다 접어 놓다 보니 가장자리 한지가 뜯겨 있고 보풀이 일어난 곳도 있다.


이 부채는 예전에 지인이랑 캘리그래피 수업을 마치고 종강 때 강사에게서 받은 선물이다. 강의를 끝까지 수강한 학생들 모두에게 강사 자신이 선택한 사자성어를 한자로 휘갈겨 쓰고 사인을 한 접이식 부채이다. 수강생 하나하나를 위해 손수 쓴 강사의 성의에 감동했지만 문구 선택을 각 개인이 하도록 하지 그리고 싸인전 하듯 눈앞에서 써주면 더 좋았겠다는 욕심을 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원하는 사저성어가 지인의 부채에 있고 내 부채에 사자성어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그래도 최선의 마무리가 참 멋지긴 하다. 단지 자율식이 없는 수혜식 선물이라 좀 아쉬웠지만.


전문적인 교육인 아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교양식으로 배운 것이라 깊이는 없고 기본적인 것만 섭렵했던 과정이다. 그래도 나름 새로워서 재미있었다. 강사의 너무 젠체하는 권위의식 때문에 조금 답답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새로운 맛에 견뎠던 기억이 난다. 생긴 것만큼이나 고지식하고 한때 잘 나갔던 시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를 보며 지나간 영예가 뭐라고 현재의 삶을 그곳에 집중시키고 허깨비처럼 살아가는 것인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한 달에 네 번 그래서 석 달 만에 종강을 맞이한 그 수업은 연이어 중급반과 고급반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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