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흙목욕

by오순


창밖에 어린 나뭇잎들이 연약하게 떨고 있다. 바람이 자꾸만 나뭇잎을 흔들어대며 그 연약함을 놀리는 것 같다. 아직은 자신의 힘으로 균형을 잡을 근력이 없어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것일까. 미세한 바람에도 사르르 떨고 있는 연둣빛 작은 잎들의 생명의 소리가 아련하다. 오랜 시간 바람과 햇빛과 비를 맞으며 여린 잎들이 진초록빛의 단단한 나뭇잎으로 성장하면 웬만한 바람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켜낼까. 아직은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 의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자란 나뭇잎이 그 나뭇가지를 보호할 것이다. 여린 나뭇잎의 떨림은 생명의 떨림이요 생생한 영혼의 떨림이다.


나이가 들어 홀로 되어 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죽음에 가까워진 만큼 외로워진다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온 긴 날들만큼 앞으로 살아갈 긴 날들 앞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단단해진 것일까. 두터워진 나뭇잎처럼 나이가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것 같은 이 나이에 난 나를 선택했다. 이전까지 슬롯 속에서 나 아닌 가족을 포함한 타인을 선택했는데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로 살고 싶어 나를 선택했다. 생각보다 존재감마저 느끼기 어려운 초라한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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