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히다

by오순

노인은 노화로 허약해진 육체에 갇혀 삶을 살아간다. 젊은 사람은 넘쳐나는 힘으로 육체에 휘둘려 산다. 젊거나 늙었거나 육체에 휘둘리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에 동물이지만 동물을 벗어났다고 자부한다. 그러한 우리의 이성 즉, 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물적인 육체에 휘둘려 꼼짝없이 자유를 저당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유롭다고 믿지만 실은 육체의 노예가 아닐까.


이전 세대들의 삶보다 훨씬 길어진 삶이 과연 좋기만 할까.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숫자만의 세월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장수를 반기지 않겠는가. 표면상으로는 오래 산다고 좋아할지 몰라도 내면으로는 노화로 인한 긴 세월의 병치레를 어떻게 견딜지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용히 우아하게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삶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 모든 노인들의 소망이다. 하지만 이미 노쇠로 인해 망가진 몸을 과학적 의학으로 연명하면서 인간다운 삶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은 생명연장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견뎌야 하는 삶이 너무도 길다. 기나긴 연명이 육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시작된다. 그 안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는 것이다. 육체의 죄인은 존엄성이 없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끝내고 싶다. 슬롯가 허락하지 않는 삶의 끝내기가 결국 그의 육체 안에서 존엄성을 끝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고관절 골절로 인해 요양병원에 누워 있던 모친을 보며 잠깐 들었다. 모친을 방문하고 온 날이면 며칠간은 내 발로 걷지 못하는 악몽을 꾸곤 했다. 유한한 육체이기에 언제 가는 그 쓸모가 다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가까운 지인이 사고나 노화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잠시 실감을 하곤 만다. 그것은 어쩌면 실감이 아니라 일시적인 충격일 뿐이다. 그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무한한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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