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인이 되어

혼자 소통하다

by오순

가방에서 무심코 먹다 남겨둔 과자봉지를 꺼냈다. 그동안 가지고 다니며 때론 잊고 때론 먹고 싶지 않아 미루다 보니 꽤 오래되어버렸다. 그땐 금방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입구를 밀봉하지 않아서 이젠 아마도 눅눅해졌을 것 같아 더 손이 가지 않았나 보다. 그러다 오늘은 눈에 띄어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꺼냈다. 열어 보니 몇 조각 되지 않아 부담 없겠다 싶어 부스러진 조각을 하나 입에 넣었다. 가방 속에서 눅눅해져 퀴퀴한 냄새가 살짝 올라오긴 하나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다 이렇게 부서졌으면 가방 안에도 부스러기가 떨어졌을 것 같아 손을 넣어 더듬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스러기들이 상당히 있다. 찝찝한 마음에 털어내고 싶어 손가락으로 모아 보았으나 가방 안 작은 포켓 안이라 모아지지도 않고 더 잘게 부서지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처리해 보려고 한참을 부스럭거리고 있으니 내 빈 옆자리 건너에 있던 사람이 심기가 불편한 듯 끝자리로 멀리 옮겨갔다. 그제야 내가 소란스럽게 했구나 의식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조용한 도서관에서 한참이나 부스럭댔으니 방해가 되었으리라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가방을 깨끗이 하고픈 마음이 더 강해서 어차피 멀리 갔으니 괜찮겠다 싶어 마음 놓고 다른 나머지 소지품들을 꺼내 놓고 그 작은 주머니를 뒤집어 과자부스러기를 바닥에 털어냈다. 처음 의도는 손으로 잡아서 휴지에 모아서 쓰레기통에 가져가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그냥 바닥으로 곧장 털어버린 것이다.


깔끔하게 털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되었다. 어차피 청소부가 바닥을 청소할 것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과자부스러기 정도야 바닥에 떨어뜨려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닥을 흘깃 살펴보곤 바닥을 훔치지 않아도 되겠다고 정했다. 그리고 가방에 꺼냈던 소지품들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개운한 마음에 바카라을 보려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바카라을 읽으려는데 뭔가 방금까지의 내 행동들이 그려지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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