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질문을 먼저 해 본 사람이 씁니다.
아침 여섯 시, 식탁에 앉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전날 주머니에 넣어 둔 질문 하나를 꺼내 보는 것. 종이에 적어 둔 적은 없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서,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떠오른 문장들이다. 스물다섯 해 동안 나는 그것들을 꺼내 보기만 했다.
오랫동안 나는 그 질문들에 답이 있는 줄 알았다. 바카라을 찾고 사람을 찾았다. 누군가 정리해 준 말을 받아 적고 돌아오면 그날 저녁은 든든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질문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답이 틀려서가 아니었다. 내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서 내 손에 붙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나는 남의 질문에 답을 주는 자리에 있다. 결재판을 든 팀원이 앞에 서면 대개 삼십 초 안에 결정을 내려 준다. 그 결정이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다만 팀원이 가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남았다. 정작 내 질문에는 누구도 그렇게 대답해 준 적이 없다.
언제부턴가 나는 질문을 푸는 대신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넣은 돌 하나처럼. 처음에는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몇 해가 지나 같은 돌을 꺼내 보니 모서리가 둥글어져 있었다. 질문은 풀리지 않는다. 다만 손이 그 모양에 익는다.
지금 주머니에 든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그래서 이 바카라은 답이 아니라 답장이다. 답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답장은 옆에서 옆으로 건너간다. 나는 강단에 서 본 적이 없고, 여기 실린 스물여덟 개의 질문 앞에서 여전히 서툴다. 다만 그 질문들을 조금 먼저 받아 봤다. 먼저 받아 본 사람이 건넬 수 있는 말은 하나다. 나도 그랬다.
답장이라서 정답을 적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안고 내가 해 본 것, 해 보다 그만둔 것, 그리고 그 저녁에 겨우 한 걸음 옮긴 자리를 적는다. 스물여덟 통 중에 오늘 내 것인 편지는 한 통이면 넉넉하다.
이 바카라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목차에서 오늘 내 것인 질문 하나를 찾아 그 화만 펼치면 된다. 한 화는 지하철 한 정거장 사이에 읽고 접을 수 있게 썼다. 읽고 나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는 것, 그 한 가지는 남기고 싶다.
정답은 드리지 못한다. 대신 다음 한 걸음 옆에 서 있겠다.
▷ 오늘 하나만 : 오늘 머문 질문 하나를 소리 내어 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