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이길 포기했지만

하루치 이야기를 버무리다

by서지현

요리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다. 물과 불, 싱크대와 조리대, 냉장고와 가스불 사이를 바삐 오가며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누군가의 방해 없이 요리를 한다는 건 몹시 드문 일이다. 새벽녘이나 모두가 잠든 시간에 불 앞에 서기엔 체력이 달리고, 그렇다고 집에 혼자 남겨지는 낮시간에 주방을 지키기에는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든다. 결국 식구들과 함께 머무는 시간에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렇듯 칼도마를 두들기자면 딸아이가 다가온다.

"엄마, 오늘은 내가 실수로 앞머리를 잘랐어."

아이의 곱고 명랑한 음성이 세찬 수전 물줄기와 시끄러운 후드음을 뚫고 들려왔다.

"아니, 뭐? 이제부터 진짜 앞머리 기르겠다고 해놓고서, 무슨 앞머리를 실수로 잘랐다고 그러는 거야?"

"엄마, 무슨 말이야. 실수로 잘랐다는 게 아니라 시스루(see-through)로 잘랐다고 말한 건데. 시-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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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와 <아날로그인>을 지었습니다. 오늘 밥을 짓고, 또 문장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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