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나는 손님을 집에 초대해 놓고 몇 날 며칠 딴짓만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공부를 한답시고 바카라상머리에 앉아서는 내내 바카라상만 치우고 있는, 영락없이 나는 시험을 코앞에 둔 중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집으로 오세요. 토요일 점심 같이 먹어요!'
지인을 이번 주말 집으로 모시기로 확정한 순간 방치된 옷장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손님이 우리 집 옷장문을 활짝 열어젖힐 리 없고, 이 집 살림이 잘 되어가나 눈여겨볼 리 만무한데 나는 그저 뒤가 켕겼다.
큰방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옷장엔 여러 계절이 혼재돼 있었다. 칸칸마다 주렁주렁 걸린 철 지난 칙칙한 옷가지들은 밝고 해사한 봄옷과 완벽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날씨 변덕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꽃샘추위가 언제 또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라고 항변하기엔 지금은 그저 맑고 화창한, 완벽한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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