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주어진 시험범위를 공부하고 시험을 보면 점수가 나온다.
하지만 슬롯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물며 문제도 명확하지 않다. 문제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고, 주어진 답이란 것도 없으며, 답을 주는 것 같은 사람도 그 답에 바카라임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중 특히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투자자들의 조언이다. 회사의 주요 주주이자 여러 스타트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니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표결이 담긴 중요 의사결정에서는 그들이 내 편에 서서 나를 지지해 줘야 하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자라고 해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은 아니다. 누구는 왜 지금 당장 매출이 안 오르는지 궁금하고, 누구는 왜 비용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물어본다. 또 누구는 빨리 IPO를 가야 하는데 왜 준비를 안 하는지 재촉하고, 누구는 IPO를 굳이 빨리 가는 것보다도 해외매출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모두 자신의 논리는 있지만 정말 다 제각각이다.
그럴수록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한다.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 있고,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재밌는 것은, 투자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정작 투자자에게서 "왜 이리 회사가 줏대 없이 휩쓸려 다니냐!"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하라며!
막상 투자자가 여러 조언을 하지만, 투자자가 얘기한 대로 움직이는 회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결국 제일 듣고 싶은 이야기는 회사가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의사소통하는 것 아닐까.
결국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가장 고민하는 것은,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바카라임지는 것도 밖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아니라, 안에서 그 일을 해내가고 이루어나가는 사람들이다.
투자자가 조언은 할 수 있지만,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할지는 회사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에 같이 따라오는 바카라임까지도 온전히 회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