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신규상장 기업 354개를 전부 살펴봤다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 중 열에 둘만 공모가 이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이전 글에서 얘기했다. 그럼 처음부터 이랬던 걸까?
2021년에 코스닥에 순수 공모로 신규상장한 회사는 65개사다. 이 가운데 2개사는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과 흡수합병으로 상장폐지돼 현재 주가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 나머지 63개사 중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위였던 곳은 57개사였다. 열에 아홉이다.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그런데 같은 63개사 중 2026년 8월 28일 기준으로 공모가를 지키고 있는 곳은 5개사다. 열에 하나다.
열에 아홉에서 열에 하나로. 그게 지난 5년간 벌어진 일이었다. 63개 기업이 그냥 별로였던 거라고? 실제 그런지 보자.
2026년에 상장한 회사들을 보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적어도 1년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장 후 1년이 지난 회사, 즉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상장한 307개사를 추적했다.
흠. 중간에 잠시 반등하는 구간은 있지만, 1년 시점의 공모가 상회율과 수익률 중간값은 상장일보다 크게 낮아져 있다.
그치만 회사들이 그 시점 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이 표로 잘 모르겠다. 그래서 회사별로 각 구간의 실제 주가 수익률을 구한 뒤, 구간 길이가 다른 것을 감안해 월 단위로 환산했다.
월환산 수익률 중간값을 기준으로, 첫 달의 하락 속도가 두 번째로 빠른 구간의 세 배가 넘는다. 총낙폭만 보면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첫 달과 비슷해 보이지만, 앞은 여섯 달이고 뒤는 한 달이다.
상장일에 공모가 위에 있던 239개사 중 74개사, 열 곳 중 세 곳이 한 달 만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이 패턴은 2021년 상장뿐만 아니라 2025년도 상장까지 매년 똑같이 나타났다. 첫 달 하락한 기업 비율이 58%에서 89%로 해마다 약간 다르지만 그 방향성에 예외가 없다.
그래. 1년 동안에는 여러 일들이 생길 수 있다. 투자자나 창업자가 상장 직후 주식을 못 팔게 해 놓은 보호예수가 이 기간 동안 풀릴 수도 있고 (요즘은 보호예수가 더 길어지기도 했지만), 상장 직후 여러 정황이 정신없어서 좀 헤맬 수도 있지.
그럼 기간을 좀 더 길게 하면 다를까? 보호예수가 다 풀리고 나면,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으니 진짜 본게임 시작 아닐까? 회사도 이제 상장한 것에 좀 익숙해졌으니 더 이상의 변명은 안 통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평균이 아니라 중간값을 봐봤다. 평균의 왜곡을 피해나갈 수 있고, 더 적나라하게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
2022년이나 2025년에 상장한 기업은 1년 후에도 좀 성적이 나았으나, 지금은 다 같이 마이너스다. 1년 안에 하락이 진행되든 아니든, 지금은 다 마이너스다. 물론 현재 수익률에는 2026년 코스닥 시장의 급락도 섞여 있다. 따라서 이 하락을 모두 개별 기업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모든 상장 연도의 수익률 중간값이 현재 공모가 아래에 있다는 사실은 남는다.
확실한 것은. 1년까지의 하락이 끝이 아니란 것이다. 적어도 지난 5년간의 상장에서는 그랬다.
그래서 이게 어떤 의미인가. 특히 코스닥 상장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한테.
우선 첫 달은 다른 어떤 구간과도 다르다. 열에 일곱이 떨어지고, 수익률 하락 속도도 그 이후 어떤 기간보다도 깊다. 상장 준비를 상장일에 끝나는 프로젝트로 설계하면 이 구간이 무방비 상태로 남게 된다. 상장은 긴 마라톤의 시작일 뿐이고, 첫 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첫 달만 넘기면 되는 것도 아니다. 상장 후 몇 년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는 여전히 별개의 질문이다. 첫 달을 넘겨도 주가 하락의 고비는 계속된다.
결국 상장을 하면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회사는 상장만 턱걸이로 넘길 회사인가. 아니면 정말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가. 턱걸이 상장을 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당장의 이득을 줄 수는 있어도, 기초체력 없이 턱걸이 상장으로 코스닥에 올라봤자 다 들통난다.
공모가는 회사가 이미 받아든 성적표라기보다, 앞으로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기대에 가깝다. 그 기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상장은 끝이 아니라 더 냉정한 검증의 시작이 된다.
내가 진짜 자신이 있어서 링 위에 올라가는게 아니라면, 링 위에 올라가서 더 심한 추락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