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자 찾는 법: 누구를, 어디서, 어떻게

by신나요

자, 스타트업이 외부투자를 받을 때 고민할 것은 지난번 글에서 다뤘고, 이번에는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을 때 닥치는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투자자를 만나야 투자를 받든 지 말든지 한다. 그럼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 단계에서는 무얼 생각해야 하나?


우선 나에게 적합한 투자자가 누구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투자받고 싶은 long list & short list를 적어보자.


유사성을 기반으로 본다면 나와 비슷한 산업에 투자하는 VC일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stage에 투자하는 투자자일 수도 있고(초기만 한다거나, 다 큰 기업 위주로 한다거나 등등), 내가 받고자 하는 투자 금액을 주로 하는 투자자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는 100억 이상만 하는 곳도 있고, 적어도 30~50억은 되어야 하는 곳도 있으며, 5억 미만의 소규모 투자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또한 투자자의 투자 스타일을 보는 방법도 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투자할게!"라고 제일 처음 얘기하면서 해당 시리즈를 리드할 곳을 잡는 것인데 (보통 리드 투자자는 투자 금액도 크고, 주요 조건도 정하고, 투자 검토도 리드함), 리드 투자를 하는 곳인지 아니면 팔로우 투자만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시리즈만 투자하지 않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계속 같이 투자하는 경향인지도 생각해 보자.


반대로 투자받고 싶지 않은 곳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한 투자자 하나 들어와서 정말 물 다 흐려놓을 수 있다. 내 경쟁자에게 크게 투자한 기관, 회사를 닦달하여 괴롭히는 소문이 도는 투자자 등등의 그런 곳은 만나고 싶지 않은 투자자 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겠다.


돈을 받으러 다니는 쪽이 물론 을의 입장이긴 하지만, 명심하자. 나도 투자자를 고르는 거다. 나와 삐그덕 댈 것 같은 투자자 돈은 그냥 안 받는 게 맘 편하다. 투자자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싶으면, 그 투자자가 이미 투자한 회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사업적 도움은 있다면 고마운 추가 가치이지, 네트워크나 사업적으로 도움을 줄 만한 투자자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로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투자자가 투자를 하면 회사와 같이 성장해 나가고, 나아가야 할 길을 같이 논의하면 좋겠지만, 한국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 조언을 많이 해주는 투자자가 플러스일 수도 있고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지분 가치만큼만 회사 주인인데, 조금 투자해 놓고 감 내놔라 배 내놔라 주인행세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자, 그럼 이제 내가 만나고 싶은 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어떻게?


투자자를 만날 장소는 사실 매우 많다. 내가 썼던 방식만 생각해 보자면...


1. 투자매칭 행사나 프로그램에 지원

투자매칭 행사는 정말 많다. 규모가 크고 작고이지, 정말 많다. 방식도 내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여러 투자자들이 그걸 들은 후, 나와 나중에 따로 미팅을 잡는 방식도 있지만, 처음부터 1:1 매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1:1 매칭에서 내가 인기가 별로 없으면 미팅 자체가 많이 안 잡힐 수도 있고, 내가 많은 투자자에게 미팅 요청을 보내도 까일 수 있으나 뭐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걸 인정하자.


2. 소개

2-a. 기존 투자자에게서 소개받기 (물론 이건 기존 투자자 한 명이라도 있어야 가능)

2-b. 관심 있어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그 투자자를 통해서 다른 투자자 또 소개

2-c. 내가 아는 사람의 주변인물을 다 뒤져서 소개받기

가장 좋고 효과적인 방법은 소개를 받는 것이다. 소개를 받으면, 어쨌든 소개자가 일부 보증을 서면서 신용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특히 투자자가 소개를 한다면 더더욱. 근데 이 정도가 되려면 투자가 어느 정도 좀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내 주변 사람을 다 뒤져서 소개받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나온다.


3. 콜드메일로 그냥 연락해 보기

콜드메일을 보내면 정말 한 곳도 연락이 안 올 것도 같은데, 의외로 답장이 올 때가 종종 있다. 100통 보내면 한 통도 못 받을 각오로 보내야 답장 하나하나 오는 게 소중하다. 국내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한 다리 두 다리 건더면 소개라도 받을 기회들이 좀 생기는데, 해외는 정말 어렵다. 나는 해외에 진짜 수많은 콜드 메일을 보내본 거 같다. 재밌는 게, 의외로 답장이 온다는 사실이다. 콜드 메일을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일지는 따로 글을 올려보겠다.


투자자를 만나는 일은 시간과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비하는 일이다. 내가 본업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투자자를 만나서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것은 내가 본업에 쏟을 시간을 나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를 찾는 행위는 일정 기간 동안 몰아서 힘들게 하면서 빠르게 끝내버리면 제일 좋다. 이게 말로는 좋다고 쓰지만 나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근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 나도 지치지만 투자자들도 지친다. 최대한 많은 루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여러 투자자를 압축적으로 만나야,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계속 받으며 IR의 질도 좋아지고, 클로징 가능성도 높아진다. 투자유치는 한 곳씩 문을 두드리는 일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파이프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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