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생활의 시작은 명함이다. 새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찾는 게 명함이고, 비즈니스 미팅에서 인사하자마자 주고받는 것도 명함이다. 슬롯생활에서 나를 나타내는 얼굴이 바로 명함이다.
명함의 주요 기능은 정보 전달이다. 따라서 명함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나를 나타내는 정보이다. 자연인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슬롯생활을 하는 나의 정보가 들어가므로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어디서 하는 사람인지가 꼭 들어간다. 회사 이름, 직급, 부서, 회사주소가 나의 회사 내 입지를 알려주는 정보이다. 회사 이름은 보통 로고만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로고를 넣고 한글이나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다시 써주는 경우도 있다. 기입된 정보 중 중요한 게 가장 크게 표기되는데, 대개 회사 로고가 가장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명함의 첫 번째 기능이니까.
디즈니 명함이 특이한 점은 명함에 디즈니 회사 로고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미키마우스가 있다! 걸어가는 모습의 웃는 미키마우스가 명함 상단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어느 명함의 회사 로고보다도 미키마우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체 명함의 3분이 1은 미키마우스 차지이다. 회사 로고가 없는데, 회사 이름을 누구나 알 수 있다니! 정말 디즈니만 할 수 있는 명함이다.
디즈니 명함을 건네면 그냥 받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꼭 디즈니와 연관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얘기한다. “저 정말 디즈니 좋아해요.”, “저희 애가 디즈니 참 좋아하는데”, “제가 어릴 때 진짜 많이 봤어요.” 하나의 회사, 하나의 브랜드에 모두가 자신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니. 명함을 주면 항상 화기애애한 스몰토크로 미팅을 시작할 수 있다.
명함을 한 장 더 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통 아이들에게 하나 주고 싶다는 분들이다. 예전에 인턴 했던 친구는 200장 가까운 명함을 2달 만에 다 쓴 경우도 있다. 주변에서 워낙 갖고 싶다고 해서 여기저기 다 뿌리고 다녔다나…
한국 디즈니의 경우 앞 면은 영어, 뒷 면은 우리말로 되어 있어서 양면이 동일한 디자인이라 그렇지만, 영어권의 경우 영어로 한 면만 정보전달을 하기에 뒷면에는 회사 로고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다른 명함에 없는 것이 작게 쓰여있으니, 바로 카피라잇 로고이다. ©Disney라고 명함 하단에 옅은 글씨로 작게 들어가 있다. 역시… 디즈니 하면 저작권이지.
명함을 건네면서 이렇게 다양한 추억과 감정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을 나는 이제껏 못 보았다. 이런 게 디즈니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