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맞이 기사 읽기] 백신을 맞아 봅시다.

10월 5일은 세계 교사의 날입니다.

by당신들의 학교

느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언론은 시기에 따라 꾸준히 기획기사를 내어 왔습니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는 '교사 잔혹사'를 일제히 뿌립니다.


학생에게 폭행당한 이야기, 학부모에게 시달린 사례, 법적 바카라임까지 물어야 했던 사건과 그에 대한 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 등이 주요 레퍼토리입니다.


7월이 다가오면 '서이초 n주기, 교사 93% 교권보호 못 받아.'정도의 기회기사가 범람합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고, 대바카라은 여전히 미진하며, 실질적인 체감은 거의 없다는 교원단체의 인터뷰와 90%를 넘나드는 교원들끼리의 설문조사가 주요 내용입니다.


9월 초에는 '미니 서이초 사건' 정도의 느낌인데, 공교육 멈춤의 날 n주기 기념 기획기사입니다.


지금은 9월 말이죠.


언론사와 교원단체는 어떤 기사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10월 5일이
세계 교사의 날입니다.






교직 만족도,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한다는 비율, 5년 내에 이직할 생각이 있는 비율, 우울감이나 좌절감을 느끼는 비율, 학생에게 폭언을 당해본 경험 등 각종 교원들끼리 설문조사가 이루어지고 발표되는 시기입니다.


며칠 뒤에 기사를 보시고, 교원단체가 의도한 대로 혀를 차시기 전에 이 글을 읽어두시길 바랍니다.





1. 설문조사의 비율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교원단체가 매년 정례행사처럼 발표하는 '87%', '93%'따위의 숫자는, 언뜻 보면 현장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통계학적 상식과 설문조사의 메커니즘으로 들여다보면, 이 숫자는 정바카라적·실증적 진단 가치가 거의 없는 '만들어진 수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이걸 보고
설득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 치명적인 '표본 편향(Selection Bias)'


교원단체의 설문조사는 전국 교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표본 추출이 아닐 겁니다.


교원단체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지요.


여느 설문조사와 마찬가지로 단체 회원 유선망이나 SNS 링크를 통해 '스스로 참여를 결정한 사람'만 응답할 겁니다.


이 구조에서는 당연하게도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렸거나 제도에 깊은 분노를 느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응답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무난하게 학기를 보내고 있거나 일상의 평온을 유지하는 대다수 교사는 굳이 5분~10분을 들여 설문에 응하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가장 분노한 집단'만 추출되는 구조입니다.




● '답정너 질문 설계


몇몇 기사에서 드러난 문항을 유심히 보면 "현행 교권보호 제도가 완벽하다고 느끼십니까?", "악성 민원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십니까?"와 같은 방식입니다.


세상 어떤 완벽한 법안도 "충분하다"라고 답할 사람은 없으며, 교직 생활 중 단 한 번이라도 불쾌한 경험이 있다면 "그렇다"를 선택하게 됩니다.


정밀한 실태 측정이 목적이 아니라, 높은 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레이밍입니다.




● 어차피 실태 파악이 목적이 아냐.


이 조사들의 본질은 교육 현장의 정밀한 통증 부위를 진단하는 연구가 아닙니다.


국감 시즌이나 기념일에 맞춰 언론에 "교사 90%가 절망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자막을 공급하고, 입법부와 교육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사를 보고
교원단체가 의도한 대로
혀를 쯧쯧 차면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띠꺼운 눈으로 보게 된다면

그것 참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교육의 현실에 대해 걱정이 되고 가끔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이시라면, 매년 반복되는 교원단체의 90% 쇼에 피로감을 느끼실 법도 합니다.


잘 아시는 분들은 이제 속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속지 마세요.





2. 100명은 어느 정도일까요?


'자살한 교원의 수가 5년 간 125명에 달한다'는 식의 기사가 올라옵니다.



3년 간 몇 백 명이...
지난해에만 수백 명이...
이틀에 한 명꼴로...



이런 식으로 타이틀을 달아 교사가 매우 힘들고 어렵고 지옥 같은 환경에 있다는 식으로 강조하는 기사를 보게 되는데요.


여러분. 교사의 수는 50만 명입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인구와 비슷합니다.


파주시에서 1년 간 일어나는 일을 볼까요.


교통사고는 1700여 건이 발생합니다. (부상자는 2400 명선, 사망자는 20~30명 선입니다)

​5대 범죄(살인·강도·성범죄·절도·폭력)는 연간 약 5,000~6,000여 건 경찰에 신고됩니다.

파주시에서 1년 동안 자살하는 사람은 110~130명 선입니다.


엄청나지요?


여러분이 수치에 대한 감을 잡으시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 교통사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인구 50만 명의 파주시 교통사고 1700여 건은 인구대비 0.34%의 발생확률이고, 이는 인구 10만 명당 34건입니다.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은 0.39%, 10만 명당 39건입니다.


파주시에서 1년 동안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은 수준인데도



1700여 건



이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다시, 작년에 언론이 뿌린 기사 제목을 볼까요.




지난 5년 간
교사 자살 125건.




교사는 1년에 평균 25명 자살합니다. 비슷한 인구인 파주시에서는 1년에 110~130명이 자살합니다.


실제로 교사의 자살률은 대한민국 평균 자살률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수백수천이라는 자극적인 숫자에 50만이라는 모수를 나눠주고 나면, 실제로는 급하지 않고 심각하지 않은 정황만 드러날 뿐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교사는 모든 직업군을 통틀어서 가장 적은 사람이 퇴직하고, 가장 적은 사람이 다치며, 가장 적은 사람이 자살하는 직종입니다.



심지어
청소년의 자살률이
교사의 2배가 넘습니다.



제가 이런 류의 기사를 극혐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3. 그럼 10만 원은 어느 정도일까요.


하는 김에 돈 이야기도 해볼까요.


담임하기 힘들다며 현재 25만 원인 담임수당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등 교사들은 '박봉'을 주장하며 수당이나 본봉인상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주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말하는 금액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는
감을 잡으셔야
기사 읽기가 편합니다.




계산을 편하게 하게 위해 10만 원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개인당 연간 인상액

월 10만 원 × 12개월 = 연 120만 원


○ ​전국 50만 교원 적용 시

50만 명 × 연 120만 원 = 연간 6,000억 원



​단순히 '월 10만 원'
수당 하나를 신설하거나 올리는 순간,
국가와 교육청은 매년 6,000억 원의
고정 지출을 추가로 안게 됩니다.


게다가 교원 수당 인상은 퇴직금 및 공무원연금 적립금, 각종 법정 부담금 증가로 연동되기 때문에 실제 재정 당국이 부담해야 하는 이행 비용은 연 6,000억 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그럼 6,000억 원은 어느 정도 금액일까요.




부지 매입부터
최첨단 의료장비(MRI, CT, 수술 로봇 등) 세팅까지 완료된
수도권·지방 대형 대학병원 한 동을
땅에서부터 새로 지어 올리는
전체 사업비입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수출하는 K2 흑표 전차가 대당 60억 원 정도이니



교사 1인당 1만 원 =K2 흑표 10대


로 환산해도 되겠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교원단체의 ㅇㅇ%는 무시하세요.

(업무과중은 초과근무 실적과 공문 생산개수로, 피해주장은 피해신고와 징계처리 실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1년에 100명은 10만 명당 20명입니다.

(1년에 몇 명인지를 환산하시고, 10만 명당 얼마인지로 가늠해야 감이 잡히실 겁니다. 참고로 국내 자살은 10만 명당 27명, 범죄발생은 10만 명당 2920건, 교통사고는 10만 명당 390건입니다.)


교사 1인당 10만 원은 연 6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필요로 합니다. (좋은 종합병원을 맨땅에서 지어 올릴 수 있는 돈입니다)



기사를 읽으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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