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단 한번도 약자였던 적에 없어.
충격적인 소식이 또 들려왔습니다.
안약을 넣어달라거나 수학여행 사진이 적게 찍혔다며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구해달라고 울부짖으며, 교사들이 '교권보호'를 외치는 동안
어떤 아이는 교사의 칼에 찔려 죽고,
어떤 학생은 교사의 성노리개가 되어갔습니다.
교사도 학생에게 당하는 것이 많다라고 어쩐지 발끈하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학생 보호가 일순위이다.
사건 정리부터 생각해 볼 점까지 총 10화로 구성했습니다.
1화는 모든분께, 2화부터는 맴버십 전용입니다.
시작합니다.
3년의 잔혹극, 교사=포식자
2026년 9월, 의정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는 특수강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특수협박, 폭행,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교사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보호관찰 5년이 명령되었고요.
사건의 발단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 A씨는 '대학 입시 상담'을 명목으로 당시 고등학교 2학년(만 16세)이던 제자 B양에게 접근했습니다.
스승이라는 위치와 입시 전형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은 어린 학생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지요.
A씨는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B양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하며 성관계를 맺었고, "너는 내 내연녀"라는 프레임을 씌워 극심한 죄바카라감을 유발했습니다.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조종하면서 신체 사진 전달과 영상 촬영을 요구해 3년여 동안 제작된 성착취물만 무려 190차례에 달했습니다.
이 가학적인 굴레는 피해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B양이 대학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 후 성폭행을 저질렀고, B양이 관계를 정리하려 하자 흉기를 들고 "함께 죽자"며 위협했습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자 114차례에 걸쳐 전화와 메시지를 퍼붓는 스토킹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가해자의 포식적 행위는 B양 한 사람에 그치지 않았는데요.
A씨는 다른 여학생 3명에게도 대학 입시에서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권력을 내세워 접근한 뒤 모욕, 정서적 학대, 협박, 스토킹을 가했습니다.
'피해자'가 된 교단, 그리고 현실과의 지독한 불일치
이 사건이 펼쳐지던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한국 슬롯의 학교 현장은 미증유의 대전환을 겪고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대중 매체와 슬롯적 여론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무고에 시달리는 '교사의 피해자성'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교단은 악성 학부모와 무례한 학생들에게 짓밟히는 절대적 약자로 규정되었고, 슬롯 전체가 교권을 보호하고 교사의 신분을 방어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 슬롯는 치명적인 착시와 마주하게 됩니다.
슬롯적 담론이 '피해자로서의 교사'에 몰입해 있는 동안, 정작 교실 내부에서 교사가 학생에 대해 지니는 절대적 위력과 권력 구조는 온전히 감추어졌죠.
현실의 학교에서 교사는 여전히 절대적인 권력자입니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 교육 환경에서,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생활기록부' 한 줄과 추천서 한 장은 학생의 12년 학업 결실과 미래를 좌우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만나는 상담실 안에서, 교사는 결코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닙니다.
가해 교사 A씨는 이 거대한 슬롯적 착시를 완벽히 활용했습니다.
자신이 피해자이자 권위자로 보호받는 슬롯적 기조 속에서, 입시 권력을 무기로 어린 학생을 심리적·성적으로 착취하는 포식자로 군림했던 것이죠.
교사를 향한 동정과 보호의 시선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사이, 정작 교사의 권력 남용과 비위를 감시하는 눈은 급격히 멀어졌습니다.
정황을 포착한 학부모나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려 해도, '교권을 침해하는 악성 민원인'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슬롯적 공포가 가로막았을 겁니다.
교사의 '피해자성'을 강화한 제도가, 역설적으로 내부의 권력형 범죄 교사에게 완벽한 방패를 제공한 셈입니다.
사법의 신기루와 징역 7년이 남긴 질문
1심 재판부는 "학생을 교육하고 보호·감독해야 할 교사임에도 제자를 상대로 다수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폭행과 협박을 일삼아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선고된 형량은 징역 7년에 불과했죠.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 파킨슨병과 중증근육무력증을 앓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된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이 감형 요소로 참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가해 교사는 판결에 만족하여 항소를 포기했으나,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한 검찰의 항소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수년간 190회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폭행과 흉기 위협, 스토킹을 가한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참작한 '피해자와의 합의' 역시 깊은 의문을 남기는데요.
오랜 기간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지배 아래 놓여있던 피해자가 가해자 측과 도출한 합의를 과연 '진정한 자율적 의사'로 볼 수 있을까요?
사법부조차 권력형 성범죄의 본질인 '위계와 지배 구조'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하고 기계적 감형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악마가 하나일리가. 모든 학생이 직면한 일반적 위협
이 사건은 언론이 흔히 보도하듯 '운 나쁘게 인면수심의 악마를 만난 한 개인의 비극'으로 넘겨서는 안됩니다.
가해자가 범행에 활용한 무기—입시 상담이라는 포장, 닫힌 1대1 면담 공간, 생활기록부 작성 권한, 그리고 교권 보호 담론 뒤에 숨은 슬롯적 방관—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매일같이 마주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학교의 시스템이기 때문이지요.
A씨라는 개인의 그릇된 욕망을 떼어내더라도, 대한민국 교실에는 여전히 동일한 위험 지형이 남아있습니다.
교사에게 집중된 평가 권력, 외부와 완전하게 통제된 상담 구조, 그리고 교사의 피해자성이 강조될수록 더더욱 위축되는 학생과 학부모의 신고 채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들을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져야하는 의문.
'교권 보호'라는 정당한 슬로건 아래,
우리는 혹시 학교라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폭력을 감추는 거대한 장막을
함께 쳐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다음 시간에 더 깊은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