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은 바다의 오래된 기억이라 해안선은 밤마다 깊고 무거워진다.
가까워지기 위하여 비밀처럼 밟아온 모래알들, 발등을 적시고 흩어지는 파도 사이로 끝내 건너지 못한 이름이 고인다.
품을 열어 허락하는 순간마다 가장 먼 곳으로 밀려나는 것들이 있다.
지구가 스스로의 축을 비틀어 낮과 밤을 영원히 빗겨 세우듯, 밀어냄은 단절이 아니라 빛이 통과하도록 허락하는 가장 서늘한 비워둠.
껴안음의 온기보다 차마 붙잡지 못해 벌어진 틈새, 밀어내고도 가슴에 남은 그 묵직한 중력만이 바닥을 채운다. 돌아선 등 뒤로 차가운 바람이 길을 닦고, 홀로 남은 만조의 입구에서 모든 거리가 아득해진다.
사람 하나 들어왔다 나간 자리는 바람이 들어차도 메워지지 않는다.
지평선이 해를 마지못해 안았다가 끝내 기슭 아래로 떨어뜨리듯, 내 가슴을 넓혀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도 결국 먼 궤도로 돌려보내기 위한 진통이었는지.
더 가까이 둘수록 가장 아픈 각도로 부딪히는 까닭에, 품에 품은 체온이 너무 뜨거워 스스로의 피부를 태우는 까닭에.
밀어냄은 미움의 결이 아니다. 더 이상 서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너라는 온전한 세계가 나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가장 서글픈 단념. 문고리를 쥔 손 끝에 작은 경련이 번지고 낮게 닫히는 문틈 사이로 늘어지는 긴 그림자.
내친 것이 아니라 견디지 못해 내어준 잔여의 자리에 차가운 정적만이 밤의 깊이를 잰다.
온기 한 점 없던 빈 방에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였던 것은 참으로 무모한 다정이었다.
어둠에 익숙했던 눈이 타인의 빛에 부신 아픔을 알게 되고, 가장 깊은 안쪽까지 열어젖힌 틈으로 온통 그 사람의 숨결이 스며들 때. 더 깊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둘의 경계가 무너지는 두려움. 스스로를 삼켜버릴 듯 가빠오는 호흡과 서로를 할퀴는 가시의 굳은 자국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내어 쫓는다.
나라는 방이 너무 좁고 서늘하여 그 빛이 안에서 시들어버리기 전에.
밀어내는 손끝은 떨리고 가슴 가장자리는 찢겨 나가지만, 더는 상처받지 않을 아득한 거리로 그 사람을 돌려보내는 일. 열렸던 문이 마침내 닫히고 돌아온 고요는 이전보다 배나 절망스럽다. 내쫓아낸 것은 그 사람이 아닌, 타인을 전부 담아내지 못한 단단하고 좁은 나 자신.
그 닫힌 문 너머로 흩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끊길 때까지, 이마를 문에 대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손바닥에 남아 있던 타인의 온도는 차갑게 식어가는 벽면에 조금씩 빼앗기고, 밀어낸 거리만큼 떨어진 공기 속에서 스스로 깎아낸 각진 슬픔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차라리 미움이었기를,
그저 차가운 거절이었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야 돌아서는 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웠을 테니.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잘려 나간 그림자를 거두며 다시 혼자만의 정적으로 돌아가는 시간.
모든 것을 밖으로 쫓아낸 방 안에는 끝내 버리지 못한 서러운 다정함만이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덩그러니 남는다.
이제 그 흉터를 가만히 덮으며 다시는 아무도 들이지 않겠노라 스스로에게 낮게 읊조린다. 하지만 비어버린 궤도 끝, 밀어낸 만큼 넓어진 그 적막의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이 나를 통과해 간 가장 깊은 자국임을 안다.
밀어냄으로써 완성되는 품.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고 온전히 지켜낸 마지막 다정.
어둠이 온 방을 하얗게 채우고,
남겨진 한 사람의 숨소리만이 고요히 밤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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