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히지 않는 무균실의 단단한 사과

상처받지 않는 완벽함에 대한 모독

by구시안
무균실 구시안.png

무음(無音)의 온도 속에서 사과가 구른다 백색 선반 위, 모든 균(菌)이 사멸한 공간의 결벽적인 흰빛.

나는 손가락을 뻗어 사과를 잡는다 차가움이 아니다.


이것은 온도의 부재(不在).

매끄러운 껍질 위에 미끄러지는 손끝은 촉각을 잃은 나사처럼 공회전하고 풍요로운 단맛의 기억은 멸균기 속에서 희게 소독된 기호일 뿐.


니켈 쟁반 위에 놓인 붉은 구체(球體)는 너무나 완벽하여 상처받지 않는다.


썩지도,

번식하지도 않는 멸균된 불멸.


나는 붉은 피막(皮膜)을 향해 턱을 내리고

니켈을 깨무는 듯한 강도로 이빨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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