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일과 견디는 일 사이에서
새는 공기에게 몸을 던지고
나무는 땅 아래로 깊이 저를 내려놓는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홀로 서 있으려 하기 때문이다.
너의 이름을 가만히 부르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를 지탱하던 서러운 힘이 풀린다.
그늘이 햇살에게 몸을 누이듯
내 모든 경사를 맡긴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존재인지 혼자 서 있을 때는 잘 알지 못한다.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있는 동안에는 몸의 무게가 발밑으로 흩어지고, 하루를 살아 내는 동안에는 감당해야 할 것들이 저마다의 이름으로 나뉘어 무게라는 사실조차 잊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 쉽게 꺼내 놓을 수 없는 마음. 그것들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한 사람의 안쪽으로 모여든다.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벽에 등을 기댄다. 무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도, 잠시 쉬어 가기 위해서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그저 더는 똑바로 서 있는 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밀어 내지도 않는다. 그 무심한 단단함에 몸을 맡기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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