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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변신

가상적인 광기 : Virtual Insanity

by구시안


나무는 더 이상 바람의 손짓에 흔들리지 않는다.

손가락 끝(flicker)이 닿기도 전에

이미 초록을 선언해 버린 유리 화면 안에서

잎사귀들은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가을을 살고 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도시.

여전히 사람들은 타인을 갈망하며 살아가고

픽셀과 픽셀 사이에 남겨진 아득한 음영,

그것을 '눈빛'이라 불렀고

나는 그 푸른 주파수를 '너'라고 부르기로 했다.


실체 없는 사막 위에서

가장 완벽한 무기질의 우물을 팠다.

두 손 가득 떠올린 물은 비릿한 수직의 코드,

목을 축일수록 혀끝에 차오르는 것은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의 깊은 허기였다.


거리는 고요하다.

발자국 소리를 잃어버린 구두들이

플라스틱 보도블록 위에 박제되어 있고

각자의 골방에서

지구 반대편의 폭우를 무음으로 시청한다.


타인의 비명은 고화질의 정물화가 되어

스마트폰 거치대 위에서 단정하게 부패하고,

클릭 한 번으로

슬픔을 '좋아요'라는 가벼운 영혼으로 환전한다.


공감은 얼마나 깨끗한 위선인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지옥을 탐험하는 이 경쾌한 자만심,

이것이 우리가 창조한

가장 안락한 미치광이의 신전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거대한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주머니 속 소형 스크린 너머로 무한한 우주와 타인의 삶이 흐르고, 수십억 개의 신호가 초당 몇 파이트씩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러나 그 신호들의 압도적인 소음 가운데서,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인간의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진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만 명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정작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 손가락만을 움직이며 가상의 고독을 연출한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자발적 광기, 가상적인 광기(Virtual Insanity)의 첫 번째 얼굴일 것이다.


광기(Insanity)란 본래 현실과의 고리가 끊어진 상태를 뜻한다.

과거의 광기가 이성의 궤도에서 이탈한 개인의 비극이었다면, 오늘날의 가상적 광기는 집단이 스스로 선택한 이성의 유예다.실제 경험과 가공된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어버렸다. 피를 흘리는 타인의 고통은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로 변환되어 타임라인 뒤로 스크롤되고, 숲의 신선한 흙냄새는 고화질 영상이 주는 지각적 만족감에 밀려난다. 실재하는 현실은 유기되고, 그 빈자리를 감각적으로 변형된 가상의 신호들이 채운다.


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허구 속에서 인간은 유령이 되어간다.

신체를 잃어버린 감각은 온전할 수 없다. 타인의 시선을 열망하면서도 타인의 실제 체온과 얼굴을 맞대는 일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의 육체를 가상의 공간을 항해하기 위한 불편한 껍데기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가상은 단순히 현실을 보완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무거운 부채를 회피하기 위해 구축한 거대하고 정교한 방주(方舟)다.


그러나 회피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진짜와 가짜,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지독한 허무다. 완벽하게 계산된 가상세계의 알고리즘은 인간에게 불확실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치, 사랑, 예술, 그리고 동정심은 모두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과 불확실성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만 싹을 틔운다. 예측 불가능한 상처를 피하기 위해 가상의 안전지대로 도피한 인류는, 마침내 스스로의 영혼을 기계의 논리에 이식하는 순응적인 광기에 도달하고 말았다.


가상이라는 환영에 도취해 실재의 비극을 잊어버린 문명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 우리가 화면을 끄고 마주해야 하는 것은 단지 어두운 유리창에 반사된 자신의 초라한 얼굴만이 아니다. 그 너머에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고통받고 갈망하며 피 흘리는 진짜 세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가상적 광기에서 깨어나는 일종의 출애굽(出愛及 / Exodus)이다.

손끝의 스크롤을 멈추고, 발끝에 닿는 차가운 대지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

타인의 실재하는 눈동자를 마주하고 그 완벽하지 않은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

허상의 우주가 주는 안락함에 고개를 저어버리고,

상처받을 위험이 가득한 진짜 삶의 장소로 귀환하는 것.

그 보잘것없고 눈부신 귀환이야말로,

미쳐버린 허상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신화가 될 것이다.






Jamiroquai - Virtual Insanity (Official Video)


자미로콰이의 28년전 노래가 생각났다.

지금의 영상기술이나 편집기술이 부족하던 시절

이런 영상을 만든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감각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보아도, 그의 감각은 남다르다.

감각의 변신은 세월을 건너 뛴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는 미래를 예언을 했던 것일까.

이 노래의 가사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가 담겨있다.

그의 시대를 앞선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지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은 그의 음악에 빠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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