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온통 따뜻한 쌍화차를 생각한다
누구는 돈 주고 쌍꺼풀을 한다는데, 실컷 자고 일어났더니 '쌍꺼풀'이 생겼다.
또 하나 친구가 생겼는데, 환절기 '감기'라는 녀석이다. 쉬는 날에 맞춰서 오랜만에 등장한 이 녀석이 싫다. 조금 더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이 흔한 감기조차 친구로 달구 친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길어봤자 며칠 있다가 고요히 사라질 녀석이다. 코를 훌쩍거리다가 핑크색 투구를 집어 뒤집어쓰고 거울에 서서 신기하게 생긴 쌍꺼풀을 잠시 바라본다.
접혀서 커진 눈.
부릅 떠보고 감았다 떠봐도 없어지지 않는다.
더 환해지거나 달라진 건 없는.
얼굴은 여기저기 열꽃을 피운다.
머리는 온통 허름한 다방에 쌍화차를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치르는 세속의 의식은 ‘몸의 흔적’을 감당하는 일이다. 예컨대 눈꺼풀 위에 그어진 얇은 주름 하나, 혹은 제 몸의 온도조절계가 고장 나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감기 같은 것들.
쌍꺼풀은 유전자라는 가혹한 디자이너가 인간의 눈가에 남긴 미학적 오차다. 접혀 들어간 살가죽 한 점 때문에 눈은 그늘을 품고, 그 그늘 덕분에 눈빛은 깊어진다. 누군가는 눈썹 밑의 그 작은 주름을 갖기 위해 메스를 대고 수술실의 조명 아래 눕는다. 하지만 눈꺼풀을 찢어 만든 접힘이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자연스러운 주름이나, 결국은 내 안의 빛과 외계의 빛이 충돌할 때 생겨나는 그늘의 상징일 뿐이다. 눈을 감으면 사라지고, 눈을 뜨면 선명해지는 얇은 주름.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아침 눈꺼풀에 끊어 넣는 가벼운 가로줄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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