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온 것이 아니라 다르게 온 것이다

저마다의 속도로 다르게 가고 있을 뿐이다.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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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자신이 낯선 간이역에 홀로 내려섰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손에 쥔 표에 적힌 목적지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어긋날 때, 남들은 모두 곧게 뻗은 정규 노선을 따라 매끄럽게 달려가는데 나만 선로를 이탈한 열차에 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향해 가만히 묻는다.


‘나는 삶의 궤적에서 잘못 길을 들어선 것일까.’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이 말하는 ‘평범함’이란 본래 존재하는 자연의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거친 돌멩이들을 상자에 넣고 흔들어 마모시킨 뒤, 통계라는 이름으로 사각형의 틀을 짜 맞춘 하나의 거대한 착시일 뿐이다.


정해진 나이에 가야 하는 학교, 일정한 시기에 얻어야 하는 직함,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조율해야 하는 삶의 이정표들. 솔직히 개소리다. 세상은 이 거푸집 안에 들어맞지 않는 삶을 향해 쉽게 ‘오답’이라 부르고, 그 길을 걷는 이를 ‘잘못 온 사람’이라 단정 짓는다. 이 자체가 전래동화 같은 '틀'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세상은 전부 그래야만 한다고, 사는 것에도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하지만 씨앗 하나도 땅에 뿌려질 때 저마다의 계절을 품고 떨어진다. 어떤 씨앗은 봄비에 눈을 뜨지만, 어떤 씨앗은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단단한 껍질을 깨뜨린다. 남들이 지나간 자리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의 화려함만을 정답이라 부른다면, 차가운 눈 속에서 가장 느리게, 그러나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는 뿌리의 노고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다르게 산다는 것은 결코 틀린 궤도를 헤매는 유랑이 아니다. 그것은 남들이 타인의 지도 위를 바삐 달릴 때, 아직 아무도 'tread' 하지 않은 자신만의 지형을 조심스럽게 감각해 나가는 과정이다. 평범함의 기준이라는 단단한 벽에 부딪혀 흘린 눈물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나라는 고유한 존재가 세상과 마찰하며 낸 아름다운 스파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끔 외로워지는 것은 길을 잃어서가 아니라, 오직 나만의 속도와 형태를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어놓은 평행선 밖에도 빛은 내리고, 이름 없는 풀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제 자리를 지킨다. 저마다 지닌 삶의 서사는 동일한 문법으로 쓰이지 않기에, 타인의 시선에 내 삶의 완성도를 위탁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오늘 밤, 남들과 다른 풍경 속에 서서 길을 의심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스스로의 어깨를 나지막이 다독여 주기를 바란다.


나역시 다르게 살고 있는 것 뿐이다.

우리는 비슷하고 같은 거 같으나, 같은 수 없는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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