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사이, 남겨진 것들의 형상
어둠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빛의 조각들.
비상구의 녹슨 철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불빛처럼 거대한 비극의 전조를 비켜서서 가만히, 그러나 끈질기게 깜빡이는 잔류(殘留)를 맛보던 순간이 있었다. 그 희미한 떨림 하나가 부서진 하루의 뼈대를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운영하던 옷가게 문을 닫았을 때 나의 마음은 검은 철망 뒤편, 거대한 원추형의 심장이 웅크리고 있었다. 전류를 삼킨 마그넷이 덜덜 떨며 바닥의 먼지를, 벽의 공기를, 어두운 실내에 빽빽하게 들어찬 뼈들을 흔들어 깨우며,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고민에 빠질 무렵 친구와 함께 내일은 없는 것처럼 런던으로 떠났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질량이다. 귀가 아니라 갈비뼈의 안쪽, 횡격막의 밑바닥에서 먼저 알아채는 진동하는 금속과 펄프의 거친 호흡을 계속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주파수가 공간 전체를 짓누를 때 인간의 언어는 유치한 소음으로 부서져 내리는 심정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실망스러웠고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했다.
폭발하는 음파의 폭포수 아래서 누구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낯선 클럽에 들어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술을 마셔보고, 아무 말도 들을 필요도 없는 공간에서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것을 멈추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오직 거대한 저주파의 파도가 전신을 관통할 때 피의 흐름은 스피커의 고막 없는 진동에 자리를 내어준다.
막다른 골목처럼 울부짖는 고음과 심연의 밑바닥을 후비는 저음 사이, 스피커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태우며 타인의 열기와 혼합된 거대한 진동의 울타리를 주조한다. 앰프가 과열되어 타는 냄새가 흩날리는 새벽 3시, 스피커는 모든 소리를 집어삼킨 채 가장 깊고 완벽한 침묵 속으로 침잠했다. 마치 무아지경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은 듯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췄다. 그 거대한 기계의 잔해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울고 있었다.
여러 인종에 파묻혀 파도처럼 움직이는 인파에 휩쓸려 춤을 추고. 그 사람들의 영혼이 내뱉는 입김들이 온도를 높이고, 음악은 볼퓸을 더해 심장 박동수를 올린다. 추상적인 그림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의 물결. 모든 것이 던져지고 사라지는 순간. 온몸에 음악이 흡수되는 마법에 걸린 사람들과 함께 자유로운 육체를 움직였다.
네온의 유독성 빛이 허공을 가를 때 수백 개의 그림자가 하나의 짐승처럼 엉켜 꿈틀거린다. 발밑의 진동은 골반을 통과해 척추를 타고 오르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의 먼지를 유영하는 아침. 그렇게 멈춰 있던 것들이 쏟아지는 햇살처럼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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