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허물, 빈 가죽 재킷

어둠을 견딘 껍질이 세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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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음이 뼈마디를 접고 가라앉은 시각, 벽에 걸린 검은 가죽은 낮 동안 인간이 덮어쓰고 견뎌야 했던 거칠고 무거운 계절의 껍질.


그 속에서 헐떡이던 맥박이 빠져나간 자리에 오직 깊고 침묵하는 어둠만이 고여 흐른다. 비어 있음으로 비로소 완벽해지는 형태,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무대에서 돌아와 벗어던진 영혼의 유령.


살갗을 스치던 바람과 비린내 나는 접촉들은 차가운 쇠고리에 매달려 서서히 식어 가고, 재킷은 홀로 캄캄한 방 안의 기압을 삼키며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의 무게를 견딘다.


하루의 끝에 이름 없는 허물을 벽에 걸어둔다.

누군가 만졌던 온기는 이미 사라졌으되,

그 주름진 골짜기마다 빛나지 못한 채 썩어간 사유들이 검은 별처럼 박혀 반짝인다.


비어 있는 주머니 속에서 손가락 대신 바스락거리는 것은 어제와 오늘 사이에 낀 얇은 시간의 지문. 내일이 오면 다시 이 차가운 서늘함을 뒤집어쓰고 비루한 거리를 걸어야 하겠지만, 지금 이 깊고 축축한 밤의 허물 속에서 나는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는 완전한 무(無)가 된다.


내일이 오면 다시 이 차가운 서늘함을 뒤집어쓰고 비루한 거리를 걸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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