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가는 곳에서
모든 것이 문 앞을 서두르며 지나갈 때, 시간의 채찍을 맞으며 달리는 기차의 창밖으로 이름 없는 들꽃들의 안부를 흘려보냈다.
급한 불을 끄듯 생을 소모하고 나면, 남는 것은 재투성이의 달력과 더 빨리 뛰라고 재촉하는 낡은 심장뿐.
그러나 보라, 가장 깊은 바다는 가장 느리게 숨을 쉬고, 우주의 별빛은 천만 년을 걸어서야 비로소 오늘 밤 나의 눈동자에 닿는다.
지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기다림의 허기 속에서 익어가는 법. 눈이 내릴 때, 하늘은 급하게 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가만히, 아주 가만히 세상의 모서리를 하얗게 덮을 뿐.
그러니 오늘 밤은 시계의 태엽을 잠시 풀어두자.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고, 안의 가장 느린 계절을 불러 세워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나 자신에게로 걸어 돌아가자.
이왕이면 급할 것도 계획할 것도 없다. 그저, 천천히 그 속도를 늦추고 가보는 것이다.
지상의 모든 발소리가 멎은 그곳에서, 그림자마저 길을 잃고 흩어질 때, 뼈끝으로 스며드는 침묵의 무게.
누구도 가닿지 못한 캄캄한 안쪽에서 오래전 묻어둔 숨결 하나가 조용히 눈을 뜨는 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쌓아 올린 언어의 탑이 무너지고, 비어버린 손바닥 위로 사라진 계절의 푸른 물결이 스며들면,
나는 달리기를 멈춘 대지의 둥근 등을 쓰다듬고, 가장 먼 길을 돌아서야 겨우 만나는 나의 가장 뜨겁고 느린 심장을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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