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 No More
어두운 방의 전등을 켜기 전, 스위치의 미세한 마찰음 뒤로 밀려드는 기척.
그것은 언제나 나와 가장 닮은 허기였다.
거울 앞에 멈춰 선다.
지문이 닳아버린 지표면 같은 손바닥을 들어 빛바랜 유리 위로 흩어진 지형을 짚어보면, 오래전에 잃어버린 이름들이 빗물처럼 증발한다.
"거기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대답 대신 울려 퍼지는 호흡은 세계의 끝에서 시작되어 나를 통과하는 바람.
나는 나를 증명하려 수많은 언어의 뼈를 발라 문장을 세웠으나,
모든 문장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하나의 단단한 균열뿐.
그래, 이것이 나다. 빛이 닿지 않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를 겨누며 자라난, 가장 오래된 고독의 지문.
밤새 클럽을 돌며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춤을 추고
담배를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거리가 좋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은 없는 상태가 꽤나 괜찮은 환각을 불러왔던 시기가 있었다. 인종을 초월한 작은 지구같은 곳에 모인 사람들의 땀과 입김을 느끼며, 음악이 만들어놓은 무아지경에 들어가 움직이는 육체들과 어울리는 것이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었다. 패션에 미쳐 있고, 음악에 미쳐 있고, 사람에 미쳐 있었다.
나는 나를 설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이름을 사용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연인이었으며, 몇 개의 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타인의 기억 속에 서로 다른 표정으로 남았다. 어떤 사람은 나를 다정하다고 기억했고, 어떤 사람은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나는 그 모든 증언을 부정하지 못했다. 사람이란 자신이 살아온 생애보다 타인의 기억 속에서 더 많은 모습으로 죽어 가는 존재이므로.
거울 앞에 서면 한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얼굴. 그러나 그 눈동자 안쪽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나는 평생 그 얼굴을 데리고 살아왔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 묻는 일에는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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