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가장 연한 빛
새벽과 아침이 접히는 경계, 수평선이 채 이름을 얻기 전의 시간은 온통 바다거품색의 거대한 숨결로 찬란했다. 그것은 완전한 초록도 아니요, 깊은 바다의 푸름도 아닌, 오랜 세월 파도가 벼려낸 가장 연하고도 단단한 기억의 색이었다.
모래사장에 밀려왔다 흩어지는 파도의 끝자락마다 그 색은 가만히 부서졌고, 그것은 마치 오래된 유서를 적색 테이프로 동여맨 것처럼 아스라이 슬프면서도 동시에 생명이 처음으로 땅 위로 기어오를 때 품었던 뜨거운 환희를 닮아 있었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고개를 내밀 때, 바다거품색은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투명한 안광을 품고서 서서히 깨어났으며 바람이 지문처럼 남기고 간 백사장의 주름 사이로 이 색은 대지가 숨 쉴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파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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