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수현4시간전brunch_membership's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공감이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많은 말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아는 양 말을 꾸미는 사람도 있다. 질문은 많이 하지만, 막상 그 질문에 답을 하면 마침표를 찍어버리고 자기가 원하는 말만 한다. 한 시간을 이야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는 대개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에 대한 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질수록 핵심은 흐려지고, 듣는 사람은 지쳐간다.
회계도 마찬가지다.
회계는 애매한 것을 싫어한다.
회계는 가치를 기록하지 않는다
회계가 기록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가치이다. 기업의 잠재력, 앞으로의 이익 창출 능력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보아가 일본에서 한창 활동할 때, 사람들은 보아를 '걸어 다니는 중견기업'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아가 실제로 번 돈은 장부에 적히지만, '중견기업'이라는 평가는 장부에 적을 수 없다. 가치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회계는 과거를 이야기한다.
실제로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았는지를 적는다. 이것을 역사적 원가주의라고 한다. 값을 매기려면 미래를 봐야 할 것 같지만, 회계는 보수적이다. 과거의 통계와 자료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뿐이다. 올해의 성과가 내년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올해의 적자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사람도 기업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 꾸준하고 일정하게 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회계는 생길지 모르는 이익은 적지 않고, 생길 것이 분명한 손실은 미리 반영한다. 기대는 덜어내고 위험은 먼저 꺼내 놓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기록을 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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