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단순한 걱정일 수도 있고, 혹은 너의 안색에서 오늘 하루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채는 날카로운 관찰일 수도 있다. 사람의 얼굴에는 그날의 감정과 사건이 그대로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20년 넘게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해왔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숫자만큼 정확하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다 보니 숫자가 가진 의외의 성질을 알게 되었다. 숫자는 단순히 고정된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표정을 짓는 ‘생명체’ 같다는 사실이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얼굴이다
재무제표는 흔히 기업의 성적표라고도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조금 바꿔서 ‘기업의 얼굴’이라고 부르고 싶다. 누군가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의 표정을 보듯, 우리는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가늠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표정’만 보고 회사를 판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특별한 숫자 감각을 타고난 전문가가 아니라면, 겉으로 보이는 재무제표 한 장만으로 기업의 내밀한 사정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신중한 관찰자는 전기(지난해)와 당기(올해)의 숫자를 비교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더 깊이 들어가려는 사람은 ‘계정별 원장’이라는 기록을 따라가며 그 실체를 확인한다. 나 역시 두 가지를 모두 점검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신수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