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의 후회

오답도 괜찮아

by햇살나무 여운


나는 일찍이 수포자였다

너무도 일찍 쉽게 포기하였다


그런데

시를 쓰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뺄 때 빼고 더할 때 더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꾸로 하고 있는 듯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빼고 더해야 하는지

때로는 나누기도 하고 제곱근도 구해야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시는 오히려 빼기를 더 잘해야 한다는데

자꾸만 더 더하고만 있으니 낭패다

낫 놓고 기역만 알았지

미적분의 미음 근처에도 못 가본 나는

앞에 놓인 단어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고

미적미적 망설이고만 있다


이제 겨우 사흘인데 또 벌써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다

하나뿐인 정답을 구하는 법만 가르치는 세상에서

틀려도 괜찮다고 누군가 한 번쯤은

말해주는 이 있었더라면

삶을 푸는 문제가 이토록 어렵지만은 않았을 텐데


아,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조금 더 두려웠던 거야

미적거리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신중했던 거야

오답은 틀린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감 떨어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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