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가장 잘 읽는 사람
안 듣고 뭐 해?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
도무지 안 들어먹어!
몸은 이토록 가까이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맘은 동시에 서로로부터 가장 멀리
저 안드로메다로 갈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충분히 실현되었다
스무 해 가까이 바카라상에 앉아 매일 서류 만지는 일을 할 때
서류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보고 꼼꼼히 살피고 읽는 사람은
정작 서류를 가장 많이 보고 잘 아는 내가 아니라
오히려 평소 서류를 직접 다룰 일이 없는,
아주 가끔 보는 사람들이었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순간에 그들은
잘 모르기에 서류를 더욱 어렵고 정성스레 대했다
우리가 더이상
서로의 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살피려 하지 않고
서로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곰곰이 듣지 않는 까닭은
매일 같이 너무 자주 보아서
당연히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너무 익숙해져서 대충 함부로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또 사나흘쯤 멀리,
안드로메다에 다녀왔을지도
이러다 결국 어느 날엔
안드로메다에서 영영 안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차라리 그냥 다시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