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 가장 낮은 별이 지나간 자리

별빛동화, 어떤 생각을 나눌까 아홉 번째 이야기

by워킹맘의 별빛 동화

어제 우연히 한 영상을 마주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인공지능과 거대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다.

그중 마음에 오래 남은 말이 있었다.

누구도 혼자 세계의 짐을 질 수 없고, 누구도 너무 약해서 자기 몫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였다.

AI 시대에 인간의 약함을 제거해야 할 오류로만 보지 말고, 서로의 돌봄과 바카라임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도 깊이 남았다. 기술이 인간을 앞서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오히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더 묻고 지켜야한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이 동화가 떠올랐다.

우리는 자주 눈에 보이는 것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높이 오른 사람, 빨리 앞서가는 사람,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느리고, 작고,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는 쉽게 잊힌다. 때로는 쓸모없다고 여겨지고, 때로는 실패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작고 연약한 존재도 자기만의 몫이 있다.

느린 존재도 세상에 남기는 길이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낮은 자리에서도 생명은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살린다.

이 동화는 그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 : 꿈틀, 가장 낮은 별이 지나간 자리

도시 한가운데 아파트 숲 사이로 작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름은 희망 공원.

고층 아파트들이 따스한 햇빛을 가로 막고 서 있었지만, 빛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작은 공원을 비춘다.

공원 뒤편으로는 낮은 빌라가 이어졌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며 서로의 하루를 스치듯 만났다.


비록 희망공원은 작지만 사람들의 길을 이어주는 곳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공을 차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고, 노인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오래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공원의 속사정은 달랐다. 비가 오면 척박한 땅은 잠시 부드러워졌지만 물은 땅속으로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금세 웅덩이로 고였다.

반대로 비가 오지 않으면 흙은 금이 간 그릇처럼 갈라졌다.


나무들은 초록 잎을 겨우 매달고 있었지만, 뿌리 아래의 숨은 자꾸만 짧아졌다.

잎은 끝부터 누렇게 변했고, 꽃들은 피기도 전에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도시에 이런 공원이 있으니 좋네.”


사람들은 공원을 지나가며 말했다. 하지만 공원에 사는 작은 생명들은 알고 있었다.

희망공원이 겉으로만 푸르다는 것을.

모기는 어두운 물웅덩이 위를 맴돈다.

가느다란 다리를 비비며 늘 같은 말을 했다.


“세상은 한 방이야. 오래 버티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지.

딱 한 번 제대로 찌르면 되는 거야.”

모기에게 꿈은 기다림이 아니라 기회였다.

누군가의 피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너희 마음에 안 드는 인간 있으면 말해. 내가 한 방에 날아가 줄게.”

모기는 그렇게 말하며 윙윙 웃었다.


벤치 위에는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고양이는 햇빛이 가장 예쁘게 떨어지는 자리를 알았고,

사람들이 지나갈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사진을 찍히는지도 알았다.

“공원에서 중요한 건 눈에 띄는 거야. 누가 나를 봐 주느냐, 누가 나를 기억하느냐.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간식도 하나 더 얻어먹지.”

길고양이는 물웅덩이에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며

발끝 끝까지 천천히 핥았다.


그 위로 참새들은 전깃줄 위에 모여 있다.

참새는 늘 재잘거리고 공원 여기저기를 바쁘게 난다.

한 마리가 빵 부스러기를 발견하면 여럿이 함께 날아왔고,

한 마리가 위험을 느끼면 모두가 한꺼번에 하늘로 솟았다.

“살아가려면 함께 있어야 해.

혼자 너무 멀리 가면 길을 잃어.

날개도 붙어 있어야 따뜻한 법이야.”

참새들은 다정했지만, 혼자 다른 길을 가려는 이를 보면 먼저 걱정부터 했다.


그리고 공원의 가장 낮은 곳에는 지렁이가 산다.

이름은 흙별이.

흙별이는 날개와 다리 없이 열심히 긴다.

고운 털도, 반짝이는 눈도, 누군가를 부를 만한 예쁜 목소리도 없지만 열심히 긴다.

몸은 언제나 흙빛이었고, 움직임은 너무 느려서

가끔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공원 동물들은 흙별이를 볼 때마다 말했다.

“아, 저 꿈틀거리는 것.”

“밟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쟤도 무슨 꿈 같은 게 있을까?”

흙별이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몸을 조금 웅크리며 긴다.


사실 그에게 오래된 꿈이 있다.

흙별이는 이 척박한 땅에서 좋은 흙을 찾고 싶었다.

씨앗이 무서워하지 않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흙.

비가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흙.

비가 오지 않아도 금세 갈라지지 않는 흙.

나무가 깊이 숨 쉬고, 꽃이 조용히 피어나고,

작은 생명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기대어 살 수 있는 흙.


어느 밤,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동물들이 모였다.

각자 이 공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기여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밤이었다.

모기가 먼저 말했다.

“나는 올여름 안에 제일 맛있는 피를 찾아낼 거야.

한 번만 제대로 성공하면 며칠은 배부르게 살 수 있잖아.

너희들 마음에 안드는 인간 있으면 말해 내가 한방에 날려줄게”


길고양이가 하품하며 말했다.

“나는 이 공원의 전설이 될 거야.

사람들이 나를 찍고, 올리고, 다시 찾아오게 만들 거야.

나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야..”


참새들이 재잘거렸다.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더 배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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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워킹맘, 아이들의 말과 슬롯현상을 글 소재의 원천으로 삼아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동화를 만드는 작가이자 메시지를 스토리로 전달하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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