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동화 열번 째 이야기_ 공원의 작은 생명이 던진 질문
초등학생 아이가 질문을 한다. 이제는 제법 어려운 질문도 한다.
대답을 하다가 막히는 순간, 입이 먼저 반응한다.
“AI한테 물어봐.”
어느 새 아이는 포털검색 보다 AI에게 먼저 묻는다. 목록을 뒤지는 대신 대화로 답이 돌아오니 훨씬 편하다.
회사에서도 AI 교육이 한창이다. 화면 속 설명을 따라가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정말 세상이 변했네. 놀랍고 무섭다."
내 일이 자동화되면 나는 무엇을 새로 배우고 살아남아야 할까. 그 사이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가던 그 순간, 이 동화가 떠올랐다.
https://fishingproductfr.com/@shinbi96/234
높은 건물들이 해를 가렸지만, 빛은 틈을 찾아 들어와 꽃밭 위에 얇은 길을 만든다.
아파트 숲 한가운데 있는 희망공원, 아이들이 벤치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반대편에서는 두 아이가 뛰며 공놀이를 한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노인들이 예전 공원이야기를 나누며 며칠전 정비 공사로 꽃들이 잘 자란다고 한다. 좋은 흙으로 바뀐 정원은 비가 와도 물을 품었고, 가뭄이 와도 쉽게 갈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흙에는 여전히 흙별이와 희망공원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꽃밭 가장자리, 공사 때 깊이 파인 낮은 자리에 물이 다시 고였다. 마치 정비되기 전의 모습을 흔적으로 남긴 듯 하다.
"느티나무 꼭대기에서는 무엇이 보일까."
느티나무 주변에 있는 모기가 물었다. 참새는 부리에 문 마른 풀을 내려놓았다.
"아파트."
"그 너머에는?"
"또 아파트."
"그 너머에는?"
참새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자꾸 물어?"
모기는 대답 대신 느티나무 뒤편 웅덩이 위를 한 바퀴 돌았다. 꽃밭 가장자리 낮은 자리에 새로 고인 물이었다. 낙엽 한 장이 떠 있고, 그 아래에서 아주 작은 것들이 꼬물거렸다.
"우리 애가 날면 데려가려고."
"저렇게 작은데?"
"나도 처음엔 저랬어." 모기는 가지 사이로 난 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날 때는 넓은 데를 보여 주고 싶어."
참새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마른 풀을 물었다.
"오른쪽 높은 가지로 가. 거기서는 해가 지는 게 보여."
모기는 그 말을 두 번 되뇌었다. 오른쪽 높은 가지. 해가 지는 곳.
그 무렵 희망공원에 새올이 들어왔다.
씨앗을 닮은 둥근 몸통에는 초록빛이 돌았고, 꼭대기에는 잎처럼 넓은 접시가 펼쳐져 있었다. 아래로 뻗은 하얀 균사는 땅속에서 수없이 갈라졌다. 새올은 고인 물을 거두어 메마른 곳에 고루 나누고 흙을 가꾸는 장치라고 했다.
흙별이는 땅속을 뻗어 가는 하얀 실들을 바라보았다.
“빠르다. 정말 빠르다.”
며칠째 밀고 있던 흙덩이가 어느새 포슬포슬 부서져 있었다.
아침마다 접시에는 노란 먹이 알갱이가 놓였다. 처음엔 아무도 먹지 않고 어색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참새 한 마리가 조심스레 쪼아 본 뒤에야 다른 참새들이 내려왔다.
그날 참새는 해가 높이 뜨기 전에 둥지로 돌아갔다. 새끼 둘이 입을 쩍 벌렸다. 하나씩 먹이고 나니 부리 끝에 작은 조각이 남았다. 참새는 그것을 삼켰다. 오랜만에 자기 몫이 생긴 날이었다.
“오늘은 또 안 나가?” 작은 새끼가 물었다.
“조금 있다가.” 참새는 날개를 펼쳐 새끼를 품었다.
아래에서는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꽃이 많아지자 사람들이 공원에 오래 머물렀다. 고양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늘었고, 간식 봉지가 열리는 소리도 자주 났다.
“이런 건 진작 왔어야 해.” 고양이는 눈을 감았다.
“이게 그 유명한 AI 로봇이지?”
사람들이 고양이를 지나쳐 새올 앞에 모였다.
“조만간 우리 집에도 오겠네.”
고양이는 일어나 새올 앞에 앉았다. 턱을 들고 가장 자신 있는 옆얼굴을 보여 주었다.
“고양이야, 잠깐만 비켜 줄래?” 고양이의 귀가 뒤로 젖혀졌다.
“얘는 골골거리지도 못하는데.” 새올에서 낮은 소리가 났다.
"우우웅"
새올이 공원의 인기스타처럼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공원의 신호를 배웠다.
관리인이 노란 말뚝을 꽂으면 그 둘레의 물을 거두었고, 말뚝을 뽑으면 화면 속 노란 동그라미도 사라졌다. 그렇게 새올은 희망공원에서 역할이 빛처럼 커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