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동화,어떤 생각을 나눌까 여덟번째 이야기
영하 20도를 넘나들던 어느 겨울날,
새끼 고양이를 구출했으니 키울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한 생명을 입양했습니다. 작고 여렸던 그 고양이는 어느새 세 살이 되어 집 구석구석을 제 집처럼 활보합니다. 비록 어미 고양이는 끝내 찾지 못했지만, 새끼 고양이는 따뜻한 공간에서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어미 고양이를 상상했습니다. 혹시 어미는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가장 아픈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새끼를 살리기 위해 떠났을지도 모르는 엄마 고양이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시에 지금도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몫을 줄이고, 때로는 꿈과 시간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모든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며 글을 썼습니다. '사랑은 곁에 머무는 일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 동화는 버려진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 떠나야 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이름은 사라.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은 아니다.
목걸이에 적힌 이름도 아니고, 누군가 다정하게 불러준 이름도 아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내 귀에 남기고 간 말에서 생긴 이름이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밤이었다.
나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였던거 같다.
축축해도 엄마 배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세상은 따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가 내 젖은 귀를 핥아주며 아주 작게 말했다.
“살아.”
그 말은 따뜻했지만, 떨리고 있었다.
엄마는 내 몸을 오래 핥아주면서 연신 "살아"라고 말했다.
비에 젖은 털을 정리해주고, 내 작은 코를 자기 코로 톡 건드렸다.
축축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엄마는 떠났다.
나는 기다렸다.
비가 그치고, 골목에 고인물이 빠지고,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그 말을 이름처럼 품고 살았다.
살아.
살아야 해.
처음에는 그 말이 명령처럼 들렸다.
배가 고파도 살아. 추워도 살아.
사람들의 발길에 놀라도 살아.
쓰레기봉투 옆에서 쫓겨나도 살아.
그러다 어느 날부터 그 말은 내 이름이 되었다.
살아, 살아, 사라.
어느새 도심 골목이 내 집이 되었다.
자동차 불빛이 별보다 밝고, 빵 냄새보다 매연 냄새가 먼저 나는 곳.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갔고, 길고양이는 늘 비켜서 숨어야 하는 곳.
그곳이 내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느낀 적도 있었다.
사람들 몰래 먹을것과 물을 조용히 골목 안쪽에 두고 가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 곳은 길고양이들의 작은 안식처다. 먹이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눠 먹는 사랑의 밥집이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밤,
나는 낡은 시궁창 옆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하나는 발끝이 하얗게 보여 마치 밀가루를 콕 찍은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콧등에 작은 점이 있어 갓 구운 빵 위에 떨어진 깨 한 알 같았다.
나는 두 아이를 보자마자
오래전 엄마가 떠나던 밤을 떠올렸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봤을까.
엄마는 나를 두고 가며 속으로 울었을까.
나는 두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나는 안 떠날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골목은 약속을 쉽게 지켜주는 곳이 아니었다.
비가 오면 물이 차올랐고 밤이면 찬바람이 시궁창 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의 발소리는 크고, 자동차 바퀴는 너무 가까이 지나갔다.
빵집 주인처럼 마음 따뜻한 사람도 있지만 고양이들을 귀찮아하며 빗자루로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끼들은 너무 작고 나는 너무 춥고, 살갗이 에이는 이 삶을 새끼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 아이를 핥고 또 핥았다.
먼지 묻은 털을 깨끗하게 해주고, 작은 귀 뒤에 붙은 흙도 떼어주었다.
내 혀끝은 거칠었지만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해 주었다.
“너희는 더러운 곳에서 태어났지만, 너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골목 빵집으로 향했다.
가게 안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가 흘러나왔다.
유리문에는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번져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부르지 않고 억지로 다가오지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쪼그려 앉아 캔 하나와 물그릇, 그리고 츄르를 내려놓았다.
“오랜만이야. 어 배가 홀쭉했졌네. 새끼를 낳았나? 무서워하지 말고 일단 먹어.”
그 여자는 나를 잡으려 하지 않은 채.
내가 가까이 오기를 재촉하지도 않고 밥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날 먹은 음식은 배만 채워준 것이 아니었다.
마음 어딘가, 오래 비어 있던 자리까지 따뜻해지면서 단단한 확신이 생겼다.
'내 새끼들을 데려가면 어떨까.
저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곧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나까지 가면 안되겠지?
새끼 두 마리에 나까지 맡겨지면 힘들겠지?'
어느 날 사장님은 팔리지 않은 빵을 보며 가끔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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