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날리며 꽃잎처럼 떨어지는 불꽃

낙화놀이를 아시나요?

by루미상지


자연특별시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 낙화놀이에 갔다.

조선 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가 무주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낙화놀이’라는 예쁜 이름은 줄을 타고 타들어 가는 불꽃이 마치 물 위로 수줍게 떨어지는 꽃잎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두문마을은 예로부터 학문이 뛰어난 선비들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흥감재’라는 서당이 있었고, 다른 지역 학동들까지 찾아와 공부했다고 한다. 한 권의 바카라이 끝나 바카라거리를 할 때 학동들과 마을 주민들은 계곡이나 무논 위에 낙화봉을 매달아 불꽃놀이를 즐겼다. 마을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 사월 초파일, 백중 같은 명절이나 연회 때도 낙화놀이를 즐겼다. 그 전통이 오늘날 무주 안성 낙화놀이의 시초가 되었다.

2006년 두문마을에 낙화놀이 보존회가 만들어지며 전통 복원작업을 했고, 2007년 무주반딧불축제 때부터 대표 전통문화행사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두문마을 낙화놀이는 다녀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2016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고즈넉한 마을 전통 민속놀이는 전라북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점점 더 그 아름다움이 퍼져나가고 있다.

두문마을 낙화놀이 보존회 주민들은 낙화놀이 전수자로 전통을 계승하며 여러 곳에 널리 알리고 있다.


덕유산의 부드러운 능선 아래 포근하게 안긴 두문마을은 뒤로는 산, 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정겨운 마을이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사그라든 마을 모습은 그림처럼 아늑하게 다가왔다. 5시쯤 두문마을에 도착한 남편과 나는 행사장 옆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계곡 가에 자리를 잡았다.

서서히 산 그림자가 드리워질 무렵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1985년 강변가요제 대상 팀인 ‘마음과 마음’ 혼성 듀엣과, 포크 그룹 ‘소리새’의 야외무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우리는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 지었다.

<그대 먼 곳에>, <그대 그리고 나>......

우리가 막 청춘의 문턱을 넘어 슬롯생활을 시작하던 바로 그때 그 시절의 노래였다. 잊은 줄 알았던 가사들이 입가에 저절로 흘러나와 따라 불렀다.

“이럴 수가! 완전 우리를 위한 무대잖아.”

우리가 젊었던 그 시절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는 아주 인기가 많았다.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동안 어둠은 점점 깊어갔다. 잠시 후면 타오를 준비를 마친 낙화봉들은 계곡 양 끝을 잇는 긴 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포크 그룹 '소리새'


저녁 8시, 마침내 낙화봉 끝에 불이 붙었다. 흔들리던 낙화봉들이 반짝이는 불빛을 내기 시작하는 그 순간, 여기저기서 감탄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어둠 속에 숨죽이던 계곡 전체가 신비로운 불빛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타들어 가던 숯가루가 공중에서 황홀한 꽃비가 되어 까만 강물 위로 끝없이 떨어졌다. 어떤 꽃불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부드럽게 피어오르고, 어떤 꽃불은 조용히 물결을 따라 흘러가다 ‘쉭쉭’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떨어져 가라앉았다. 그윽하게 퍼지는 숯향과 쑥향,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춤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마저 은은한 꽃불처럼 아련히 피어났다 스러졌다.

서서히 타던 불꽃들이 어느 한순간에 한꺼번에 활활 타기도 했다. "와아" 군중 속에서 짧고 깊은 울림의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더 감성적이고 멋졌던 것은 우리 전통 악기의 선율이었다. 물속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꽃비 사이로 대금의 청아하고 깊은 울림, 해금의 애절하면서도 운치 있는 가락, 가야금의 은은한 튕김이 어우러졌다. <나 가거든>과 <인연> 등이 고요한 숲 속 계곡에 낮게 깔렸다. 감탄의 환성을 자아내던 주위 사람들도 아무 말 없이,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우리 음악 속으로 넋 놓고 빠져들었다.

자유롭게 춤추다 물속으로 떨어지는 불꽃을 보았다. ‘샤샤샤’ 천천히 숯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쉭쉭’ 검은 물속으로 사라져 가는 불꽃 소리를 들었다. 바람 따라 떨어지는 불꽃에서 진한 쑥향과 숯향을 맡았다. 그 어떤 화려한 레이저 쇼나 폭죽 불꽃놀이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불꽃놀이는 흑색 화약에 여러 가지 색깔을 내는 금속 원소들을 섞어 하늘로 쏘아 올린 것이었다. 하늘 높이 쏘아 올린 폭죽은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며 ‘펑펑’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터졌다. 하늘에서 화려한 색깔로 터진 불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려 아쉬웠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서양의 불꽃놀이는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하지만 우리 전통 낙화놀이는 뽕나무 숯가루에 소금과 마른 쑥을 넣어 한지로 정성껏 말아 만든 낙화봉을 긴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불꽃은 천천히 타들어 가며 은은한 숯과 쑥 냄새와 함께 소리 없이 위에서 아래로 춤추며 내려온다. 화려하지 않고 순식간에 끝나버리지도 않는다. 은근한 불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조용히 느리게 타들어 갈 뿐이었다.

산골짜기 작은 마을 계곡에 앉아 떨어지는 불꽃을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한 시간 남짓의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여전히 짙은 쑥 향과 숯 향 그리고 가야금과 대금의 음악 소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남편과 나는 가슴 벅찬 충만함으로 집으로 오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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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4k

*진안고원길 별빛 걷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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