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주택

by수박씨

이연이가 따라 쓰고 있는 문장은 『순례주택』에 나오는 문장이었다.

“엄마.”
“왜?”
“꼭 솔직하게 말해야 돼?”
“뭐?”
“어른이 왜 솔직해? 마음을 좀 숨겨.”


나는 잠시 멈춰서 그 문장을 바라봤다.

이연이가 쓴 문장은 그저 바카라에서 골라온 한 문장일 뿐이었지만,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연이의 가정사를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어서일까. 내가 너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걸까. 나도 참, 별 걸 다 생각한다 싶어 웃어넘겼다.


“어머. 선생님도 ‘솔직히’라는 말 잘 쓰는 것 같은데?”

“하하. 이 글 보니까 나도 좀 조심해야 할 것 같네?”

“좀 속 시원하지 않아요? 전 그냥 이 문장이 시원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응. 나도 그렇네. 주인공이 사이다다, 사이다야~”


그때 이연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사서가 됐어요?”

“음?”

나는 순간 웃음이 났다.

“갑자기 훅 들어오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다. 난 너무 돌고 돌아와서 말이지.”

“돌고 돌아요?”

“응. 어릴 때 꿈은 많았어. 그런데 내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생각해서 꾼 꿈은 아니었지.”

이연이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냥 멋있어 보이는 것. 드라마에서 본 것. 그런 걸 보면서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요?”

“그러니까 동기부여가 될 리가 없지. 꿈만 꾸고 제대로 해낸 건 별로 없는 그저 그런 삶이었어.”

“선생님도 실패를 했어요?”

“그럼. 공부도 별로 못했어.”

이연이가 피식 웃었다.

“성적 맞춰서 대학에 갔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때려치우고, 편입해서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갔어.”

“왜 문헌정보학과요?”

“그러게. 지금 생각해도 왜 거기에 꽂혔는지 잘 모르겠네.”

나도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 바카라이 많았거든. 아마 바카라이 있는 공간이 좋았던 것 같아. 도서관도 막연히 좋았고.”

“그럼 그때부터 사서가 꿈이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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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믈리에 7년, 육아휴직 3년, 고객상담 3년하다 퇴직 -독서지도사로 재취업하여 2년여 활동 -우연한 기회로 학교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부산으로 이사 -연년생 삼남매 육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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