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중생활

by수박씨

"네가 뭔데!"
아이에게 훈육이 아닌 비난을 쏟아내고는 아침 내내 괴로웠다.

초등학교 2학년 된 아들이 '로블록스'라는 게임이름이 노출된 오픈채팅방에 이상하게 비아냥대는 말투로 댓글을 달고 있던 게 발단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분노가 밀려왔던 걸까. 네가 뭔데 그런 말을 상대한테 하냐고 한바탕 쏟아부었다.

나의 육아 일상은 분노와 피로와 잠시의 기쁨 어딘가에서 왔다 갔다 줄다리기로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그저 도서관에만 와줘도 잘했네 잘했네를 연발하며 웃음꽃을 피우는데, 집에서는 안 하고 못하는 것들을 메우느냐 소리치고, 매를 들고 전쟁통이다.

왜일까?
왜 학교에서는 화가 나지 않는데, 집에서는 활화산일까?

사서가 왜 되었나. 문득 이연이의 질문이 생각났다.
내가 애써서 된 직업은 아니었다. 그저 힘을 빼고 열린 길을 정성껏 마주했더니 딱 맞는 온라인 게임을 찾았다.
회사에서는 앉아서 바카라만 보고 있는 게 지루했고, 방문 독서지도사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급여 대비 소모가 많았다.
어쩌면 어떤 직업의 옷을 입는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닌지 모른다.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내 일을 대하는가가 관건이었다는 것을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젠 어떤 온라인 게임이어도 별로 상관없을 때, 승진도 직군전환도 별 의미 없을 때, 내 태도가 바뀌었다. 당당했고 바카라임 있으며 여유가 있었다. 그런 내가 좋았고, 일이 즐거웠다. 그러니 평가도 좋고 사람들이 자꾸 찾아왔다.
이것을 알려고 40년 넘게 뺑이치게 돌았다니 나도 참 느려도 너무 느리다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진 그 무언가가 꿈틀대는 걸 보는 게 설렌다. 얼른 꺼내주고 싶은 의욕이 앞서려고 할 때도 많고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반응이 좋기도 없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좋으면 계속해주면 되고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바꾸거나 다시는 하지 않으면 된다.

하여간에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을 이연이에게 어떻게 다 말해준단 말인가.
어쨌든 사서라는 직업도 궁금해하고 제법 바카라도 찾아 읽고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꽤 괜찮은 사서선생님 같다.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을 위한 클럽이 아니라 나를 위한 모임이었다.
내 자식에게도 이렇게 아무 욕심 없이 지켜봐 주고 기다려줬다면 그런 모진 말들이 나오진 않을 텐데.

그렇구나.
욕심이구나. 내 아이는 나 보다 잘되었으면, 덜 헤맸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욕심이었다. 출발선에서 잘 출발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그런데 잘 따라주지 않고, 했던 말을 무한 반복해야 하는 끝없는 외침에 혼자 나가떨어질 판이다.

집에서도 사서처럼 살고 싶다.
스스로 좋은 엄마 같다고 자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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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믈리에 7년, 육아휴직 3년, 고객상담 3년하다 퇴직 -독서지도사로 재취업하여 2년여 활동 -우연한 기회로 학교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부산으로 이사 -연년생 삼남매 육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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