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제안

by수박씨


주문해 둔 신간이 도착해 신간 코너에 바카라을 진열하고,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번 행사의 이름은 '바카라 제목을 찾아라!'다.

제목을 가린 바카라 표지 열 장을 칠판에 붙여 두고, 신간 코너에서 진짜 제목을 찾아 적는 게임이었다.

단, 답을 알려 주는 순간 모두 탈락.


한쪽 게시판에는 손글씨 대회 공고도 붙여 두었다. 학생도, 선생님도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나 역시 몰래 연습 중이었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악필교정클럽 아이들도 모두 참가시킬 생각이었다.


그때 다연이가 정답을 적은 종이를 들고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선생님! 저 진로 상담했어요.”

“그래? 벌써 하고 싶은 걸 정했어?”

“특성화고 가서 유아교육 배우고 싶어요. 저 아기 진짜 좋아하거든요.”

“어? 전엔 제빵사가 되고 싶다더니?”

“헤헤. 맞아요. 근데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요.”


나는 잠시 다연이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진로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공부해서 일반고에 가는 건 어때?”


다연이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는 게 정~~말 싫어요.”


'그래도 조금만 더 해 보면….'

목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아직 시간은 많았다. 진로는 천천히 고민해도 된다.

지금은 먼저 이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 네 생각도 존중할게. 대신 손글씨 대회는 한번 도전해 볼래?”

“네? 아니요! 저 글씨 진~~~짜 못 써요.”

“그럼 더 잘됐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도서관 와서 한 장만 쓰고 가. 획 몇 번 긋고, 글씨 조금 연습하면 끝. 간식도 있고.”


다연이의 눈이 반짝였다.

“오? 그 정도면 할 수 있겠는데요? 희서도 같이 와도 돼요?”

“물론이지.”

“오예! 그럼 같이 올게요.”


다연이는 신간 코너로 뛰어가 아직 문제를 풀고 있는 희서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이 하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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