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교정클럽의 시작

by수박씨

이연이는 같은 시간에 오지 않았다. 어떤 날은 방과 후에, 어떤 날은 점심시간에, 또 어떤 날은 쉬는 시간에 잠깐 들러 한 줄을 쓰고 갔다. 시간이 흐르자 처음의 정성은 조금씩 사라지고, 얼른 쓰고 가기 바빴다. 이벤트까지 모두 참여하려면 시간이 빠듯했을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와 한 줄씩 남기고 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음... 글씨 쓰기 모임을 하나 만들어 볼까?'

혼자서는 꾸준히 하기 어렵다. 함께하는 것만큼 오래가는 방법도 드물다. 교회에도 공동체가 있고, 독서 모임도, 러닝 모임도 있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악필교정클럽'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공개 모집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가 찜해 둔 녀석들만 슬쩍 불러 모을 참이었다.

'그런데 이연이가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먼저 물어봐야 하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수가 울상을 한 채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선생님, 이번 중간고사 망했어요."
"아이고, 무슨 일이야? 열심히 한 거 내가 다 아는데."
"수학을 세 개 틀려서 80점 대예요. 그래도 작년보다 오른 건데... 엄마가 '하나만 더 맞았으면 90점 넘었잖아.' 그러셨어요."
"아... 지수는 시험을 망친 게 아니라 엄마 말 때문에 속상한 거였네."

지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저희 엄마는 늘 더 잘하기를 바라세요. 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엄마도 지수를 응원하는 마음일 거야. 그런데 더 잘하라는 말이 지수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보다 먼저 나온 것 같네. 그래도 너까지 네 노력을 몰라주면 안 되지."

지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지수가 너무 속상해 보여서 안 되겠다. 저기 비치해 둔 『행복한 청소부』에서 마음에 드는 한 줄을 쓰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가져가."
"네. 오늘은 시간도 남아요."
"나이스! 자, 앉아."


지수는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한 줄을 적기 시작했다.


『행복한 청소부』는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바카라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의 기쁨. 성과보다 그 마음이 사람을 더 오래 버티게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지수도 점수보다 배우는 즐거움을 먼저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 썼어요, 선생님."
"어땠어?"
"저라면 교수할래요. 훨씬 안정적이고, 더 많은 사람을 가르칠 수 있잖아요. 신뢰도 가고요."

이런이런. 괜히 긴 연설을 했으면 씨알도 안 먹혔겠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그래도 한 번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 열심히 해서 꼭 교수해."

나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지수야, 이연이랑 글씨 쓰기 모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같이 할래? 아무 때나 와서 한 문장씩 쓰고 가면 되는 모임이야."

지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예요?"

"네가 딱인 것 같아서. 이건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거든. 오로지 선생님 픽!"

나는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지수는 피식 웃었다.

"해보면 왜 너를 골랐는지 알게 될 거야."
지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요. 할게요."

생각보다 쉽게 두 번째 멤버가 생겼다.
이제 남은 자리는 둘.
내가 눈여겨본 아이들이 아직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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